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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지분인수 까다로워질 듯…"미국 등에 맞불"

중앙일보

입력

자본시장 개방을 표방하는 중국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문턱은 낮추면서도 심사는 더욱 까다롭게 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자국 기업 인수합병(M&A) 검토를 강화한 데 대한 맞불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中 상무부 "기술유출 등 국가 안보 심사 강화" #최근 미·영·독 등의 중국 기업 인수 견제 대응 #무역분쟁과 엮여 확전 가능성 남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상장 기업에 대해 '전략적' 지분을 사들이려는 외국인 투자자가 보다 엄격한 국가 안보 이슈에 직면하게 됐다"고 31일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외국인 투자자의 상장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 전경.

중국 상무부 전경.

일단 중국 상장 기업 지분을 살 수 있는 문턱은 낮아진다. 보유한 최소 자산 규모는 기존 1억 달러(약 1100억원)에서 5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또 전략적 지분 인수 후 주식을 팔지 못하게 제한하는 의무 보호예수 기간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심사는 더욱 강화했다. 중요 산업에 대해선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새 규정을 마련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분을 인수했을 때 중국의 중대한 이익이 위협받는지 혹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받는지를 심사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민감한 자산이 국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가 언제든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인수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29일까지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FT는 "이런 조치는 최근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자국 기업을 인수하려는 중국 인수자에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수 검토를 강화한 이후에 나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얻지 못해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를 포기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각) 중국 기업이 자국 정밀기계업체 라이펠트메탈스피닝 인수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방국이 중국 기업의 M&A를 잇따라 거부하는 것은 '중국 제조 2025'로 불리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한 맞대응 격으로 중국 정부는 지난 26일 미국 반도체회사 퀄컴의 네덜란드 NXP 인수 승인을 거부했다. 승인이 이뤄지려면 M&A로 영향을 받는 9개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중국만 자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며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중국 소재 컨설팅사 트리비움의 앤드루 포크는 "이번 개정안은 중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흐름을 보여준다"며 "자본시장 개방과 경제적인 국가 안보 자산 유출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현재 진행형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과 엮일 개연성도 남아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기술·에너지·인프라 분야에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지배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십을 원한다"고 말했다. FT는 "아시아 지역에 1조 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의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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