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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군 면회 가도 개인정보 털어…노무현 전 대통령 통화 감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국군기무사령부 조직 구조 및 사찰 방식 공개 긴급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계엄 문건 작성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기무사가 민간인부터 대통령까지 광범위한 사찰을 벌여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조직 구조와 사찰 방식을 공개했다.

센터는 기무사가 대통령 통화 내용까지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기무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는 내용을 감청했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며 “국방부 장관이 사용하는 유선 전화가 군용 전화니 감청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민정수석(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업무를 국방부 장관과 논의했다. 감청 대상이 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기무사의 도·감청은 군용 유선 전화와 군 회선을 이용하는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행해진다. 기무사는 또 팩스와 이메일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도·감청은 작업은 주로 210 기무부대가 담당하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확보된 도·감청 내용 중 일부가 상부에 보고된다.

센터는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하는 실태라면 기무사가 벌이는 도·감청의 범위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 센터는 기무사가 누적 수백만 명에 이르는 민간인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군인 친구를 만나러 간 면회객, 부대에 취재차 방문한 기자, 군 병원에 위문온 정치인 등이 모두 사찰 대상이었다는 얘기다.

센터는 “기무사는 1개월 단위로 보안부서인 3처 주관하에 위병소에서 확보된 민간인 개인정보를 일괄 수합해 대공 수사 부서인 5처에 넘긴다”며 “5처는 경찰로부터 수사협조 명목으로 받은 경찰망 회선 50개를 활용해 민간인들의 주소, 출국정보, 범죄경력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조회 등 경찰 관련 업무에 쓰여야 할 전산망 회선이 엉뚱한데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임 소장은 “진보 인사, 운동권 학생, 기자, 정치인 등은 갖가지 명목으로 대공수사 용의 선상에 올렸다”며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적성국가 방문’ 명목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용의 선상에 올리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기무사 특활비 200억원의 주 사용처로 꼽히는 60단위 기무부대가 전국 각지에서 공무원, 지역 유지 등을 접대하며 민간 관련 첩보를 모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센터는 “이들은 국회의원 보좌진,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20~30만원 상당의 고가 식사 제공, 선물 공세 등의 향응 접대를 벌여 매수한 뒤 소위 프락치로 활용하기도 한다”며 “기무사는 각종 집회 현장은 물론 서울퀴어문화축제 등의 대규모 문화행사에도 요원을 파견해 민간인들을 사찰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임태훈 소장은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은 내란 등과 관련한 첩보만 수집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무사가 가진 정책 영역은 민관 영역으로 이관시키고 보안업무도 각급 부대 보안부서에서 담당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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