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트럼프, 대북협상 잘 안되면 군사옵션 검토 가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필요하다면 그들의 핵 프로그램을 멈추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그들에게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을 막기 위해선 미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북한이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하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마당에 이같은 군사옵션 운운은 다소 뜬금없는 주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지난 8∼16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국 동서센터가 주관한 한ㆍ미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국 현지에서 만난 북한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미국의 군사옵션은 여전히 활용 가능한 카드라고 봤다. 북한이 끝까지 버티기로 나온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적 규모의 군사적 타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하와이 동서센터(East-West Center)의 데니 로이 선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데니 로이 동서센터 선임연구원

- 한국 국민들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지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안보의 기준이 굉장히 높은 나라다. 100%의 안보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견딜 수 없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에게 예방적 공격(preventive attack)을 가하는게 미국 안보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럴 경우 한국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지도자 입장에선 충분히 고려할만 한 것이다.”

- 원론적 차원에선 그럴 수 있어도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당장은 아니지만 몇달 뒤 트럼프가 대북협상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고 협상을 포기하면 군사적 옵션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서 트럼프 반대파는 과거처럼 미국이 북한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중이다. 잘 알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내심이 없는 편이고, 본인이 성공적이지 않거나 약하게 보여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 한국 정부가 반대해도 미국의 군사옵션이 가능할까.
“최근까지 한국 정부의 자세를 보면 분명히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국지적 타격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군사옵션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미국이 공격하면 북한의 반격으로 한국에서 막대한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미국이 북한을 제한적ㆍ국지적으로 타격하면 북한이 심하게 불평을 할 순 있어도 한국 등지에 대규모 반격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왜냐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합리적인 사람이고 본인이 종말을 맞는 걸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한다고 해도 김 위원장 본인에게 직접적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공격받았다고 해서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ㆍ괌의 미군기지 등을 공격한다면 곧바로 김 위원장 본인이 끝장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개인적으로 예방적 공격에 찬성하나.
“개인적으로 예방적 공격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한이 자신들에게 예방적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믿게끔 하는 건 좋은 전략이다. 일종의 심리적 전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건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예방적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물론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북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하 기자 wormo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