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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경영 참여 제한적 허용에 '관치' 불씨 남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년도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주주권 행사 강화, 블랙리스트 기업 확대,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 국민 노후자금 635조원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다. 최대 쟁점이던 경영 참여는 큰 틀에서 보류키로 했지만 '제한적 허용'이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의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 집사가 돼 기업을 잘 감시하고 관리해 노후 자금을 지키려는 제도다.

이날 결정된 스튜어드십 코드 내용은 기존에 공개됐던 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초 정부는 이사 선ㆍ해임, 감사 후보 추천 등 경영 참여 주주 활동에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관치‘ 논란이 커지면서 경영 참여는 보류하고 주주권 행사를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업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으면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금 입장을 알리기로 했다.

경영 참여 여부를 놓고 위원회 내부서 의견이 갈리면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정부는 당초 26일 위원회에서 제도 도입 의결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영 참여를 곧바로 선언해야 한다는 일부 위원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격론 끝에 한 차례 연기됐다. 30일 다시 열린 위원회에선 3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정부 초안대로 경영 참여를 장기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 등의 요청에 따라 기업 가치 훼손 등이 심각한 경우에 한해선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 경영 참여가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앞으로 배당을 안 하는 기업에 대한 배당 계획 수립 요구도 지금보다 강화된다.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등 중점관리기업(블랙리스트) 대상도 늘린다. 또한 의결권 행사를 사전 공시해 의사 결정 방향과 이유를 국민에게 미리 알리기로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위원회를 시작하면서 "심각한 기업 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소중한 자산에 피해를 주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탁자 책임 원칙 철저히 지키고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독립성 훼손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연금 사회주의가 아닌 연금 자본주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연금 사회주의‘나 ’관치 운용‘으로 흐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제한적으로나마 경영 참여 문이 열린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확히 어떤 경우에 기금운용위원회에 경영 참여 안건을 올리고 통과시킬 건지 명확하지 않아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위원회 종료 후에 "주관적 판단에 따를 수 밖에 없긴 한데 한 두명이 아니라 기금운용위원 전체의 심도깊은 토론을 거쳐서 (경영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제한적으로 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지적이 여럿 나왔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관련설문조사했더니 도입 반대가 75%였다. 기금운용본부장도 공석인데 도입을 서두르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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