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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떠나지 마소" 구미시 이어 시민들도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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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삼성지키기' 범시민 운동본부 등장 

경북 삼성전자 구미2공장 준공식 직후 모습. [중앙포토]

경북 삼성전자 구미2공장 준공식 직후 모습. [중앙포토]

경북 구미시 진미동 구미국가산업3단지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2캠퍼스 정문. [중앙포토]

경북 구미시 진미동 구미국가산업3단지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2캠퍼스 정문. [중앙포토]

경북 구미에 '구미삼성지키기'라는 이름의 시민 조직이 등장했다. 시민들로 꾸려진 지역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만든 '범시민 운동본부'다. "구미에서 삼성이 떠나지 않도록 지키자"는 게 이 조직의 활동 목표다.

구미역 등에서 10만 서명운동 #수원 이전 기정사실이면 집회

최근 삼성전자는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일부 부서인 네트워크 사업부를 경기도 수원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5G 시대에 대비하고 중국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구미시는 "구미 삼성전자가 축소되면 그만큼 지역경제에 타격이 생긴다"며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및 삼성메디슨 이전 검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장석춘 의원, 장 시장, 김태근 구미시의회 의장. [뉴스1]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및 삼성메디슨 이전 검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장석춘 의원, 장 시장, 김태근 구미시의회 의장. [뉴스1]

구미삼성지키기 측은 30일 "경실련, 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자유총연맹, 여성단체 협의회 등 5만명 이상이 '구미삼성지키기' 회원이다"며 "오는 31일부터 구미역과 구미 버스터미널에 삼성지키기 서명 부스를 운영하는 등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0만명 서명을 받아 삼성전자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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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지난 23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대표 발의자 김영민 전 구미 YMCA 사무총장) 참여 운동도 진행 중이다. '삼성네트워크 수원 이전을 막아주십시오.'라는 주제의 청원이다. 30일 현재 3786명이 청원에 동참한 상태다.

삼성전자 구미 떠나면 대규모 집회

구미삼성지키기 관계자는 "구미시장과 삼성전자 측이 구미 이전 문제를 두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삼성이 구미를 떠나는 게 기정사실로 된다면 청와대 앞, 서울 삼성 본사 앞 등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미시도 속이 탄다. 삼성전자 일부 부서가 떠나면 지역 경제 타격, 실업자 양산뿐 아니라 하청 업체까지 구미를 떠날 수 있어서다. 공단이 썰렁해지면 대한민국 1등 수출 도시라는 위상까지 흔들릴 수 있다.

이달 초 경북 구미시청 정문 인근에 걸린 현수막. '삼성전자가 구미시를 떠나려고 하는데 구미시는 뭘 하고 있나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구미경실련]

이달 초 경북 구미시청 정문 인근에 걸린 현수막. '삼성전자가 구미시를 떠나려고 하는데 구미시는 뭘 하고 있나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구미경실련]

장세용 구미시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가 네트워크사업부 일부를 수원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43만 구미시민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삼성전자는 네트워크사업부의 수도권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해 지역과 상생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25일 국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만나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이전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경북 23개 시·군 중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선출된 구미를 중앙당이 앞장서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한 셈이다.

"일부 사업부 이전 지역 경제 영향 미미해"

이에 대해 김상수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차장은 "네트워크사업부는 스마트시티 전체 인력 9500~9600명 중 4.2% 정도인 400여 명에 불과한 데다 이 인원이 모두 수원으로 이전하는 것도 아니다"며 "네트워크사업부의 일부 이전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미경실련 측은 "삼성전자는 제1공장 네트워크사업부는 수원으로 빼가고 휴대폰 생산 제2공장은 베트남으로 물량을 대량 이전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흐름이다"며 "이것이 '삼성 구미 패싱(철수)'의 기본 방침이냐"고 지적했다.

경북 김천시 지례면 상부리에서 휴일임에도불구하고 수해복구지원을 나온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있다.김천=조문규 기자

경북 김천시 지례면 상부리에서 휴일임에도불구하고 수해복구지원을 나온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있다.김천=조문규 기자

삼성전자는 구미의 자랑이다. 1980년 한국전자통신을 인수하면서 40여년간 구미와 함께했다. 구미 시민들은 삼성이 1989년부터 휴대전화 생산을 시작, 1994년 'Anycall' 브랜드에 이어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구미와 함께 휴대전화 '신화'를 창조했다고 믿는다. 삼성전자 측도 다양한 봉사할동, 시민축제를 통해 구미 시민들과 늘 함께했다. 구미시 역시 주차장 설치, 삼성전자 주변 도로 개설 및 확장 등으로 협력했다.

2003년 국내 전체 수출액의 10.9%를 차지하던 구미 수출액 비율은 지난해 말 4.9%로 반 토막 났다. 삼성전자와 함께 구미 경제를 뒷받침하던 LG디스플레이 생산량도 예전만 못하다.

구미=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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