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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접수한 친노와 함께 뜬 봉하마을…필수 코스 되나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후 연단에서 내려오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한 후 연단에서 내려오는 모습. [청와대 사진기자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한국 정치의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친노무현계 인사들에겐 이미 성지(聖地)와 같은 봉하마을에 ‘통합’의 가치를 강조하는 야권 인사들도 몰리고 있어서다.

친노의 좌장이자 친문재인계의 핵심으로 통하는 이해찬 의원은 지난 28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오찬을 함께했다. 8·25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서는 당 대표 후보로 지난 26일 확정된 뒤 이틀 만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주류인 친노·친문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는 행보였다. 경쟁자인 송영길·김진표 의원도 전대 전까지는 봉하마을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이해찬 의원(왼쪽)이 지난 2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식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이해찬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이해찬 의원(왼쪽)이 지난 28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식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이해찬 의원실 제공]

민주당 당권 주자뿐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끄는 김병준 위원장도 30일 봉하마을에 간다. 지난 25일 비대위 공식 출범 첫 일정으로 국립 서울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한 만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봉하마을도 방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새로운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봉하마을 방문은 단순 예우를 넘어선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한국당 안팎의 해석이다.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김 위원장이 한국당 당권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상징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둔 8월 21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던 모습.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둔 8월 21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던 모습. [중앙포토]

이미 보수 성향의 대선 주자에게 봉하마을은 통합을 상징하는 곳으로 활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 오전 국립 서울현충원을 들른 뒤 이날 오후 곧바로 봉하마을을 전격 방문했다. 그 전까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적 없던 그였기에 당시엔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 대통합을 대선 공약 전면에 내세웠던 박 전 대통령으로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부터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는 반응을 끌어냈다.

지난 대선에 출마하려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해 1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만나 “(노 전 대통령의)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는 말이 우리 가슴에 아직도 깊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방궁” 비판 홍준표, 대선 때 봉하마을 참배 안 해

반면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대선 때 봉하마을에 가지 않았다. 다만 경남지사 재선에 성공한 뒤인 2014년 9월 봉하마을에 들렀고, 기자들에게 “정치적 입장이야 반대 입장에 있어 달랐지만 (노 전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문재인), 국회의장(문희상), 제1 야당 대표(김병준)에 이어 여당 대표까지 친노가 되면 현재 대한민국의 핵심 주류는 친노계가 접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진영 일각에서 꺼림칙한 장소로 여겨졌던 봉하마을이 이제는 여야 모두 건너뛸 수 없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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