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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제책사 류허 재심임…국유기업 개혁 총지휘

중앙일보

입력

미·중 무역분쟁의 중국 측 협상 대표를 맡은 류허(劉鶴·66) 부총리가 26일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조장에 임명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학 동창으로 경제책사로 불려온 류 부총리는 최근 미·중 무역협상 결렬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문책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번 인사로 시 주석의 변함 없는 신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중 무역협상 결렬 문책설 일축…국유기업 강화 나설듯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도…시 주석은 수입박람회 홍보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 [사진=WEF]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 [사진=WEF]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이날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 관련 인원 조정안을 발표하고 류 부총리를 조장에, 왕융(王勇) 국무위원을 부조장에 임명하고, 샤오야칭(肖亞慶)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을 소조 판공실 주임에 임명했다. 지난 2015년 3월 가동 사실이 알려진 국유기업개혁영도소조는 중앙조직부, 중앙개혁판공실, 사법부, 인민은행, 은행감독위, 증권감독위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방대한 중국 국유기업 개혁을 진두지휘한다. 전임자는 마카이(馬凱) 금융 담당 전 부총리다.

류 부총리의 권한 강화는 중국이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경제체질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나티시스의쉬젠웨이(徐建煒)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에게 류허는 무척 중요한 인물”이라며 “단기간 미·중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전망이 없는 가운데 중국이 국내 구조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금이 국유기업 개혁에 나설 적기”라며 “오랫동안 국유기업은 개혁의 ‘잉구터우(硬骨頭·딱딱한 뼈, 어려운 개혁 과제)’로 미국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유기업을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은 정반대다. 국유기업을 중국 경제의 근간으로 보는 시 주석은 여러 차례 “국유기업은 더 크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보조금에 대해 불공정 행위라며 중단을 촉구해왔다.

중국은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한 성장률 저하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경기 부양 조치를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 국무원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1조3500억 위안(약 222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승인했지만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브릭스 정상회담이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 주석은 직접 101일 앞으로 다가온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를 홍보했다.
25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시 주석은 “11월 상하이에서 첫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개최한다”며 “이미 130개 국가 2800여 기업이 참가를 확정했고 국내외 바이어 15만 명 참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주도적으로 수입을 확대해 경상수지 균형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불만 사항인 무역 흑자 감소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외교부]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외교부]

홍콩 명보는 27일 “이번 상하이 수입박람회는 외국 기업, 외국산 제품만 참가할 수 있다”며 “‘전 세계에 (자국산 제품을) 팔던’ 중국이 ‘전 세계를 사들이겠다’는 정책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수출지향형 경제구조를 수입 확대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촉진하고 내수 주도 경제구조로 개혁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수입박람회에는 전 세계 10여 개국 정상과 200여 명의 장관급 인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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