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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비트코인 ETF 승인 거부…윙클보스 형제들 또 좌절

중앙일보

입력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금융감독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해 여전히 우려 섞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탔다.

2013년부터 비트코인 ETF 추진해 와 #SEC "투자자 보호 임무에 위배" 부정적 시각 #결정 나오자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

27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SEC는 캐머런·타일러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상장해달라고 신청한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를 승인해주지 않기로 했다. 4명의 위원 가운데 3 대 1로 부결됐다. 비트코인 선구자를 자처하는 윙클보스 형제는 2013년 처음 SEC에 비트코인 ETF를 상장해달라고 신청했다. 비트코인에 연동된 ETF 상장 시도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SEC는 지난해 이를 거부했고, 지난 6월 형제는 상품 규칙을 바꿔 다시 신청했지만 또다시 무산된 것이다.

윙클보스 형제. [EPA=연합뉴스]

윙클보스 형제. [EPA=연합뉴스]

2000년에 하버드대에 동시 입학한 윙클보스 형제는 2004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를 고소했다. 페이스북이 자신들이 만든 '커넥트유'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이유에서다. 법정 분쟁 끝에 형제는 총 6500만 달러를 받아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4월 합의금 중 일부인 1100만 달러를 비트코인(당시 가격 120달러)에 투자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1700달러까지 올랐던 지난해 말 투자금액이 10억 달러로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어 윙클보스 형제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설립했고, 비트코인 역시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돼야 한다며 비트코인 ETF 상장을 추진해 왔다. ETF는 벤치마크라 불리는 기초자산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 성격을 갖지만,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SEC는 "우리의 임무는 사기나 시세 조작 행위를 막아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해외 시장에서 규제받지 않은 채로 대량 거래되고 있는 비트코인의 사기 및 시세 조작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승인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SEC는 지난 1월에도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려면 여전히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투자자 보호 문제가 남았다"고 언급했다. 비트코인 전체 거래 가운데 75%가 미국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점과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 간 지나친 간극(스프레드)도 문제로 꼽았다.

SEC는 다만 "이번 승인 거절이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암호화폐 전문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SEC의 결정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8287달러에서 8000달러로 하락했다. 27일 오후 12시 현재는 7915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편 윙클보스 형제가 추진한 암호화폐 ETF 외에 밴엑(Van Eck), 비트와이즈(Bitwise) 자산운용, 그리고 스타트업인 솔리드엑스(SolidX) 운용 등도  비트코인에 연동된 ETF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들에 대한 SEC의 결정은 오는 9월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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