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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언에 속도내는 자영업 대책…효과는 '글쎄올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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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대책 마련에 더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저녁 광화문 ‘깜짝 호프’에서 자영업자 대책 마련을 강조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체 사장, 청년구직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여러 제도와 대책들, 카드 수수료라든지, 가맹점 수수료 문제라든지, 상가 임대료 문제라든지,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모색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을 적극 보완할 것이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 으로 26일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참석 국민들과 대화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참석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등 이 대화를 나누었다. /2018.07.26 청와대사진기자단 / 국민일보 이병주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 으로 26일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참석 국민들과 대화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참석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등 이 대화를 나누었다. /2018.07.26 청와대사진기자단 / 국민일보 이병주기자

청와대에서는 자영업 담당 비서관실을 신설해 직접 현장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ㆍ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임종석 비서실장은 “(청와대에) 자영업 비서관을 만들었다. 자영업 일만 고민한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매출액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은 0% 초반대로, 매출 3억~5억원 ‘중소 가맹점’은 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로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현재 영세 가맹점은 0.8%, 중소 가맹점은 1.3%의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이를 다시 0.5%포인트 이상 낮추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또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영세 자영업자 약 3만5000명에게 4800억원 규모의 대출을 탕감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결제 중간단계를 없앤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소상공인페이)을 구축해 결제 수수료 부담을 0%대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내년에도 연장하기로 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정부가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지원 규모는 올해와 비슷한 총 3조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건물주의 ‘갑질’에 따른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현행 5년으로 돼 있는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건물주가 재건축ㆍ철거 등 사유로 임대차 계약 연장을 거절할 때 영업시설 이전비용을 보상해주는 ‘퇴거보상제’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영업 대책[자료 기획재정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영업 대책[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또 정부와 공공기관이 도시재생ㆍ상권쇠퇴 지역 내 노후 상가를 매입해 소상공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빈 점포 활용 임대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빈 점포가 많은 상가를 리모델링해 점포환경을 개선한 뒤 싸게 세를 놓으면, 자영업자들이 몰려들고 손님이 늘어 상권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담배의 경우 판매 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70%가 넘는데, 매출 전체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떼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이처럼 자영업자의 매출을 올려주지만, 이익기여도는 낮은 품목들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을 변경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부는 다음 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영세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여론의 비판에 정책을 급조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의 경우 정부의 거듭된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신용카드 업계의 추가 인하 여력이 바닥난 상태다. 이에 금융위는 일정 부분 정부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담배 카드 수수료 인하의 경우 담뱃세만 매출에서 제외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휘발유처럼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은 제품과 조세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빈 점포 활용 임대사업’은 되레 임대 사업자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빈 점포는 임대료를 내려야 사람이 들어오는데, 정부가 이를 지원하면 임대 사업자들은 공실이 나와도 임대료를 안 내리고 버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상가 소유주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페이는 신용카드에 익숙한 국민이 별도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야 하는데, 결제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빚 탕감 방안에 대해서는 재정 만능주의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하는 정책 대신 자영업자의 자생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의 위기는 심각하게 포화된 생태계 구조에 있다”며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이 국내를 돌게 만들어 내수 효과를 이끌어내는  ‘방문자 경제’(visitor economy)가 돌파구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여행 수요를 국내 여행으로 돌릴 수 있는 ‘킬러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외국인을 국내로 유인하는 관광 정책,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폐업 지원, 규제 완화를 통한 신규 수요 창출 등의 정책이 입체적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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