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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본고장 뉴올리언스에선 입도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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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속 용광로.”
미국 남부 도시 뉴올리언스를 일컫는 말이다. 다민족·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도 뉴올리언스는 가장 도드라진 문화를 꽃피운 도시다. 재즈 음악이 그렇고, 세계로 퍼져나간 수많은 음식이 그렇다. 뉴올리언스에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없지만 개성 강한 음식이 넘쳐난다. 자연환경과 독특한 역사 덕분이다. 루이지애나주의 옥토와 미시시피강, 멕시코만에서 온갖 푸진 먹거리가 올라온다. 프랑스·스페인이 오랫동안 점령했고, 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이주민이 많아 다양한 식문화가 어우러졌다. 뉴올리언스를 여행하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을 소개한다. 이 많은 음식은 뉴올리언스 여행의 중심, 프렌치쿼터 식당이나 시장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미국 남부 대표하는 음식 8 #세계로 퍼진 케이준 치킨부터 악어고기까지 #프랑스·스페인·아프리카·카리브해 문화 공존 #매콤한 소스, 쌀 요리 등 한국인에게도 친숙

뉴올리언스에서는 귀 뿐 아니라 입도 즐겁다. 라이브 재즈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아너드 재즈 비스트로(Arnaud's jazz bistro)는 음식 맛도 훌륭하다.

뉴올리언스에서는 귀 뿐 아니라 입도 즐겁다. 라이브 재즈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아너드 재즈 비스트로(Arnaud's jazz bistro)는 음식 맛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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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보(Gumbo)

프랑스, 아프리카, 카리브해 식문화가 한 그릇에 오롯이 담긴 음식이다. ‘크리올(Creole) 음식’의 대표 주자다. 짙은 갈색 수프를 쌀밥과 함께 먹는다. 얼핏 보면 카레 같다. 그러나 맛은 전혀 다르다. 검보는 해산물이나 고기와 고추·양파·오크라 등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낸다. 새우 육수로 만든 검보에서는 구수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난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맛이다. 기름진 미국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다.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음식 '검보'. 해산물과 소시지를 넣고 끓인 수프를 밥과 함께 먹는다.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음식 '검보'. 해산물과 소시지를 넣고 끓인 수프를 밥과 함께 먹는다.

케이준(Cajun) 치킨  

한국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 프라이드 치킨이다. ‘케이준’은 캐나다 동부에 살다가 루이지애나주로 이주한 프랑스인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퍼뜨린 음식을 '케이준 푸드'라 하는데 치킨이 대표적이다. 튀김옷에 '케이준 스파이스'라는 조미료를 넣어 매콤하다. 케이준 치킨은 햄버거, 샐러드 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 곁들여 먹는다. 프렌치쿼터에 있는 디자이어 오이스터 바(Desire oyster bar)에서 와플 케이준 치킨을 맛봤다. 맵고 짜고 달고. 손이 멈추지 않는 중독성 강한 맛이었다.

매콤한 케이준 치킨과 시럽 뿌린 와플의 조합이 의외로 훌륭하다.

매콤한 케이준 치킨과 시럽 뿌린 와플의 조합이 의외로 훌륭하다.

잠발라야(Jambalaya)

검보와 함께 크리올 음식을 대표하는 메뉴다. 검보가 덮밥 같다면 잠발라야는 비빔밥 혹은 볶음밥에 가깝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인 빠에야와도 비슷하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돼지고기(혹은 베이컨)와 소시지, 해산물과 셀러리·양파 등 각종 채소를 넣고 쌀과 함께 볶아 먹는다. 기호에 따라 매콤하게 먹기도 한다.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한 잠발라야.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한 잠발라야.


1862년에 문을 연 '카페 뒤 몽'은 뉴올리언스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카페 앞에서 트럼프를 연주하는 사람도 보인다.

1862년에 문을 연 '카페 뒤 몽'은 뉴올리언스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카페 앞에서 트럼프를 연주하는 사람도 보인다.

베녜(Beignet)와 치커리 커피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 부자가 뉴올리언스에서 먹은 도넛이다. 프랑스계 이주민이 먹던 빵이다. 사람들이 베녜를 먹기 위해 찾아가는 곳은 프렌치마켓 인근 ‘카페 뒤 몽(Cafe du monde)’이다. 1862년 문을 연 유서 깊은 카페인데 24시간 영업을 한다. 도넛 위에 설탕 파우더를 듬뿍 얹어서 먹는다. 한국 재래시장에서 파는 도넛 맛과 비슷하다. 겉은 바삭, 안은 촉촉하다. 베녜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는 건 치커리 커피다. 18세기 커피의 쓴맛에 적응하지 못한 프랑스 이주민들이 치커리 뿌리를 함께 끓여서 마셨다.

프랑스식 도넛 '베녜'와 치커리 커피의 궁합이 훌륭하다.

프랑스식 도넛 '베녜'와 치커리 커피의 궁합이 훌륭하다.

포보이(Po’boys)

바삭한 식감이 인상적인 포보이.

바삭한 식감이 인상적인 포보이.

뉴올리언스 뿐 아니라 미국 남부 전역에서 먹는 샌드위치다. 가장 중요한 재료는 맛난 바게트 빵과 해산물 튀김이다. 양상추, 토마토와 프랑스식 소스인 레물라드(remoulade)도 곁들인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새우튀김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바게트부터 튀김까지 바삭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굴 구이  

뉴올리언스 앞바다에는 굴도 많이 산다. 칠리소스를 곁들여 날로도 먹고, 구워도 먹는다. 껍데기 반쪽을 제거한 굴을 숯불에 구워서 파는 식당이 많다. 버터, 체다치즈, 마늘을 넣기도 한다. 굴 자체는 탱글탱글하고 단맛이 강한 한국 굴보다 심심하다. 아마도 뉴올리언스 앞바다가 따뜻해서일 테다.

버터와 치즈, 마늘 등을 넣고 숯불에 구운 굴 요리.

버터와 치즈, 마늘 등을 넣고 숯불에 구운 굴 요리.

팥밥(Red bean & rice) 

뉴올리언스 사람들의 소울 푸드다. 한국식 팥밥과는 다르다. 수프에 가깝다. 팥을 푹 삶은 뒤 소시지나 닭고기를 넣어 밥과 함께 먹는다. 케이준 스파이스를 넣어 매콤하게 먹기도 한다. 뉴올리언스 여행 가이드인 캐런 페르난데스는 “일요일 밤 먹고 남은 음식과 팥을 끓여 놓았다가 월요일 아침식사로 먹곤 한다”고 설명했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의 소울푸드 레드 빈 앤 라이스.

뉴올리언스 사람들의 소울푸드 레드 빈 앤 라이스.

악어고기 

습지가 많은 미국 남부에는 악어가 많이 산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악어도 요리해 먹는다. 프렌치쿼터의 한 식당에서 악어고기 튀김을 먹어봤는데 닭고기와 식감이 비슷했다. 검보나 잠발라야에 악어고기를 넣어 파는 식당도 있다.

미국 남부에서는 악어고기도 많이 먹는다. 맛은 닭고기와 비슷하다.

미국 남부에서는 악어고기도 많이 먹는다. 맛은 닭고기와 비슷하다.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 안에서도 재즈 클럽과 식당이 밀집한 버번 스트리트.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 안에서도 재즈 클럽과 식당이 밀집한 버번 스트리트.

뉴올리언스(미국)=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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