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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논란 그런거 몰라요" 서천 보신탕 원조(?)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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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해외에서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충남 서천군 판교면의 ‘개고기 원조마을(?)’이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2003년 개고기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성업중인 개고기 전문 음식점 #서울, 대전 등 전국서 찾아, 최고 하루 100명 몰려 #2003년에는 주민들 개고기 축제 열고 음식 자랑하기도 #주민들 "1770년대 조선 최초로 판교 장터서 보신탕 팔아" #서천과 부여 일대 초상나면 문상객에 보신탕 대접 풍습 #음식점 주인 "식용 금지하려면 소나 돼지도 먹지말아야"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일대에는 요즘도 보신탕집 2~3곳이 성업중이다. 이 가운데 ‘50년 전통’의 우이식당이 이 지역에서 보신탕 원조집으로 불린다. 이 음식점 대표 유순이(69·여)씨는 어머니에 이어 2대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우이식당에서 개고기 요리(보신탕)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이 음식점은 50년 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다. 판교 장터에서는 1770년대부터 보신탕을 팔은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군 판교면 우이식당에서 개고기 요리(보신탕)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이 음식점은 50년 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다. 판교 장터에서는 1770년대부터 보신탕을 팔은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랜서 김성태

중복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이 곳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로 북새통이었다. 2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는 손님으로 꽉 찼다.
유씨는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하지만 보신탕을 맛보기 위해 찾는 고객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 음식점에는 요즘도 하루에 60~70명이 찾는다. 특히 복날에는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유씨는 “인근 전북은 물론 대전, 서울서까지 개고기를 먹으러 온다”며 “환자들까지 회복용으로 보신탕을 먹으러 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고기 전문식당인 인근 벌떼가든도 고객들로 붐볐다. 벌떼가든은영업한 지 20년 정도 된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판교 장터 부근 보신탕집 거리.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서천군 판교면 판교 장터 부근 보신탕집 거리. 프리랜서 김성태

유씨는 개고기 요리에 애완견은 절대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고추장·된장 등 양념은 토종 국산 원료만 이용한고 한다. 또 살코기를 전통 가마솥에 넣고 장작으로 오랫동안 삶기 때문에 고기는 쫄깃하고 국물은 시원한 맛이 난다고 유씨는 설명했다. 이곳 보신탕 한 그릇 값은 1만원, 수육 2인분 가격은 3만 5000원이다. 10여년 전과 가격은 변함이 없다고 유씨는 전했다.
개고기 식용 논란에 대해 유씨는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나 다름없다”며 “개고기를 먹지 말라면 돼지고기나 쇠고기도 식용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교면을 중심으로 서천군과 인근 부여군에서는 초상이 나면 문상객에게 보신탕을 대접할 정도로 개고기 음식을 즐겨왔다. 판교면 일대 개고기 음식점에는 전국에서 개고기 애호가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40년 단골인 박종환(76)씨는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에 끌려 식당을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서천군 주민들에 따르면 조선시대 보신탕을 최초로 장에서 판 것이 1770년 서천 판교의 백중장이라고 한다.  음력 7월 15일 백중에 열린다고 백중장이다.
우리 세시풍속 중 음력 7월 15일은 ‘호미 씻는 날’이라고도 불린다. 힘든 농사일을 잠시 접고 휴식을 취했던 이른바 ‘머슴날’이기도 했다.
이날에는 큰 농사일을 거의 끝낸 주변 머슴들이 많이 몰려와 개장국을 사 먹었다고 전한다. 개는 소나 돼지를 잡을 만큼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개는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영양 보충원이었다.

서천지역 향토사학자인 유승광씨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조선 후기 전국에서 보신탕을 가장 먼저 팔기 시작한 게 판교 장터라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로 판교 지역은 보신탕으로 유명했다”며 “식용 논란은 있지만, 개고기 먹는 것은 지역의 문화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03년 9월에는 판교면에서 보신탕 축제가 열렸다. 음식점 주인들은 축제 기간에 개고기 요리를 개발해 선보일 참이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가 몰려와 조리용 솥을 엎고 텐트를 철거하는 등 항의하는 바람에 축제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동물보호 단체가 서울 서초구 유명 보신탕집 앞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동물보호 단체가 서울 서초구 유명 보신탕집 앞에서 개식용 반대 캠페인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8일(현지시각) 미주중앙일보에 따르면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마지막 희망(Last Chance for Animals·LCA)’은 한국의 초복인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 LA총영사관 앞에서 50여 명이 모여 개고기 반대 시위를 했다. 시위에는 영화배우 킴 베이싱어,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 부인 프리실라 프레슬리 등 유명 인사들도 참가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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