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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찬이 형" 유시민이 울음 삼키며 읽은 故노회찬 추도사

중앙일보

입력

[사진 KBS 유튜브 캡처]

[사진 KBS 유튜브 캡처]

고(故)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난 지 나흘째, 고인을 기리는 추도식이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26일 대강당 1600석은 식전부터 꽉 찼고 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1000여명은 밖에 마련된 대형 화면을 통해 추도식을 지켜봤다.

유시민 작가는 "추도사가 아니고 노회찬 대표님께 짤막한 편지를 하나 써왔다"며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어내려가 식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고(故)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도식에서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슬픔에 잠겨있다.2018.7.26/뉴스1

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고(故)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추도식에서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슬픔에 잠겨있다.2018.7.26/뉴스1

유 작가는 노 의원을 "회찬이 형"이라 부르며 편지를 읽는 내내 울음을 삼켰다. 그는 "늘 형이라 여겼지만 단 한 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 못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본다"며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또, 다음 생이란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다음 생이 또 있으면 좋겠다"며 "가끔씩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자"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 이정미 대표, 영화배우 박중훈, 김승하 전국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추모곡은 국립오페라합창단과 이소선합창단이 연주했다. 마지막으로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인사와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을 부르는 순서로 막을 내렸다.

노 의원의 발인을 하루 앞둔 이날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은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 방송인 김어준씨 등이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아침 라디오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김씨는 빈소에 들어가지 않고 먼 말치에서 영정 사진을 보다가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빈소를 다녀간 조문객은 2만 8832명으로 집계됐다. 영결식은 27일 국회에서 엄수된다.

유시민 작가 추도사 전문

다음 생에서 또 만나요
'우리에게 다음 생이란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습니다
그렇지만 다음생이 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만나는 세상이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온전하게 자기 자신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도 되면 좋겠습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번도 형이라고 불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형,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세요
더 자주 더 멋지게 첼로를 켜고 더 아름다운 글을 더 많이 쓰고 김지선님을 또 만나서 더 크고 더 깊은 사랑을 나누세요
그리고 가끔씩은 물 맑은 호수로 저와 단둘이 낚시를 가기로 해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
다음 생은 저도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때는 만나는 첫 순간부터 형이라고 할게요
잘가요. 회찬이 형
아시죠? 형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는 것을요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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