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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현재의 대입개편, 인기영합주의에 책임 회피"

중앙일보

입력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 현재의 대입개편, 자사고 폐지 등 교육정책에 대해 "평준화와 획일화의 과거로 역주행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운동연합(상임대표 신영무 에스앤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교육개혁추진위원회가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다. 이 전 정관은 이명박정부에서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을 거쳐 2010~2013년 교과부 장관을 지냈다.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교육개혁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디자인' 주제로 교육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그는 "250년 전 프로이센에서 시작된 대량생산 방식의 교육모델을 폐기하고 '대량 맞춤학습' 교육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며 ▶첨단 에듀테크(edutech, 교육과 기술의 결합)를 학교에 도입하고 ▶교사가 학습 디자이너가 되도록 지원하며 ▶대학의 자율과 책무를 강화하고 ▶교육부가 주도하던 교육변화 방식을 탈피하자고 주장했다.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교사들이 학습혁명에 나서야 하고, 대학은 교육부 통제에 불만을 토로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래 대학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량 맞춤학습'이란 인공지능(AI) 등 미래기술을 활용해 모든 학생에게 학생별 수준에 맞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교육부의 대입개편, 자사고 폐지 등에 대해 '역주행' '단기처방' '인기영합'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교육 대전환의 시기에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대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교육정책은 평준화와 획일화의 과거로 역주행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준화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화를 추진했으나 다양화가 특목고·자사고·일반고 간의 수직적 차별화를 초래한다는 반발에 직면해 다시 평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사고·특목고를 없애기보다는 평준화와 다양화를 넘어서 개별화로 교육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운동연합이 '대한민국의 미래교육'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자, 김승유 한국투자 고문(왼쪽부터)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시윤 기자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운동연합이 '대한민국의 미래교육'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자, 김승유 한국투자 고문(왼쪽부터)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시윤 기자

교육부가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시민참여단을 통해 대입개편안을 마련 중인 것에 대해선 "공론화위원회가 검토하는 어떤 대입개편안에도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교수학습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교사가 학생평가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선 어떤 대입개편안도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전 장관은 "정부가 교육현장을 변화시키는 힘든 노력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대입개편안만을 공론화위원회에 부쳐서 답이 없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이며 책임회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엔 신영무 에스앤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바른사회운동연합 상임대표),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윤증현 전 장관, 이여성 에스앤엘파트너스 고문, 김승유 한국투자 고문도 참석했다. 정 전 총장, 이여성 고문, 김승유 고문은 교육개혁추진위원회 위원이다.

26일 열린 바른사회운동연합 간담회. 왼쪽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김승유 한국투자 고문(왼쪽부터)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시윤 기자

26일 열린 바른사회운동연합 간담회. 왼쪽붜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 김승유 한국투자 고문(왼쪽부터)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시윤 기자

김승유 고문은 자율형사립고인 하나고의 법인이사장을 지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이 세웠고 학교 설립 당시 김 고문은 하나은행장이었다. 김 고문은 "자사고 중에서 대입준비 학원화된 학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려고 자사고를 하는 것은 반대한다. 하지만 하나고나 거창고 등 나름대로 설립철학을 가진 자사고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평준화 대안으로 자사고·특목고가 나왔는데, 이런 학교를 없애는 것은 극단적 평준화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은 "대학이 기술창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더욱 역점을 둬야 한다", 신영무 변호사는 "대학들이 공동체에 봉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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