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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사람 몸에 꼭 이롭기만 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12)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다 들어있는 특정 성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중앙포토]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 다 들어있는 특정 성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중앙포토]

음식에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라도 들어 있으면 무슨 영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방송에서 종종 보는 장면이다. 시청자는 덩달아 이 이야기에 혹해 마치 만병통치식품으로 착각한다. 우리가 일상 먹는 모든 음식에 다 들어있는 이런 성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데도 신비화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버섯독도 파이토케미칼  

거기다 요즈음은 ‘파이토케미칼’이라는 요상한 단어까지 추가됐다. 영어로는 ‘phytochemical’이라 쓴다. 영어로 쓰면 그럴 듯 해 보이나? 다름 아닌 ‘phyto-’는 식물이라는 뜻이고 ‘chemicals’은 화학물질이라는 의미다. 즉 식물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이 다 이 파이토케미칼에 속한다는 거다.

당연히 비타민도 항산화제도 다 이 파이토케미칼이다. 식물의 4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도 파이토케미칼이며, 엽록소·안토시아닌 등 각종색소, 카페인·사포닌·피톤치드·독성물질 등도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른바 자연계의 모든 물질은 다 화학물질이다. 어떤 먹거리에 파이토케미칼이 많아 몸에 좋다고 하면 말이 안되는 이유다.

식물의 모든 성분이 다 파이토케미칼로, 거기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먹으면 죽는 버섯독이나 독초의 성분도 다 파이토케미칼이다. 일부 전문가는 파이토케미칼을 특정 영양소라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고, 심지어 6대 영양소에 든다고 말한다.

Phytochemicals이란 단어는 마치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을 ‘humanchemicals’ 혹은 ‘homochemicals’이라 부르고, 동물의 구성 물질을 ‘animalchemicals’라는 엉터리 단어와 다름없는 호칭이다.

잣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등 침엽수가 많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 [중앙포토]

잣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등 침엽수가 많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 [중앙포토]

또 하나 신비화하면서 ‘phyto-’가 들어가는 단어 중에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게 있다. 숲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건강과 힐링에 좋다며 그 효능을 신비화한다. 피부질환, 아토피, 면역력 향상, 중추신경계 안정 등에 특효가 있다며 인공림도 조성하고 수목원도 만들어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런데 이도 알고 보면 별게 아니다. 파이토케미칼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phyton-’는 식물, ‘-cide’는 죽인다는 뜻이다. 자살이라는 단어 ‘suicide’에 들어 있는 ‘–cide’와 같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생산하는 물질 중 미생물이나 해충에 해롭게 작용하는 휘발성물질의 총칭이다. 이른바 식물이 병원균과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스스로 내뿜는 저분자 휘발성의 방어물질을 일컫는다. 종류가 수백, 수천 종 알려져 있으며 대개는 화학명칭으로 ‘테르펜(terpens)’라고 하는 기본골격으로 구성된 관련성 물질이다.

잣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등 침엽수가 많이 내뿜는다고 한다. 이를 추출한 다음 농축해 방향제, 아로마오일란 이름으로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편백나무는 건축재로 가장 비싸며, 제재소에서 나오는 칩이나 나무쪼가리는 베갯속으로 목침으로 쓰인다. 톱밥은 효소찜질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고급목욕탕(반신욕 등)의 욕조를 히노끼탕 이라며 신비화한다. 피톤치드가 나와서 몸에 좋다 하면서도, 어디에 좋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실제 식물은 수없는 종류의 피톤치드를 뿜어낸다. 나무뿐만 아니라 우리가 먹는 음식, 식재료 중에도 무수한 피톤치드가 방출된다. 향신재의 독특한 냄새도 일종의 피톤치드다. 이 식물의 피톤치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다. 실제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데도 식물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노력과 에너지를 투입해 만든 것이다.

이런 수고는 병원균이나 해충, 포식자를 물리치기 위함이다. 식물에게는 이런 병원균, 해충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도 적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피톤치드가 인체에 이롭기만하고 피해를 주는 물질이 아니라고 말하면 이는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다. 즉 피톤치드 중에는 이로운 것도 해로운 것도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모든 피톤치드가 다 몸에 좋다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거다.

삼림욕, 인체에 해로울 수도 

삼림욕에는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칫 오존의 농도가 높을 경우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 [중앙포토]

삼림욕에는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칫 오존의 농도가 높을 경우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 [중앙포토]

그래서 자칫 시판하는 피톤치드오일이나 아로마향을 몸에 좋다고 밀폐된 실내에 마구 뿌려대면 문제가 발생 할 수도 있다. 그 성분 중에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없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피톤치드의 기능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종류에 따라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시중의 주장대로 삼림욕에는 반드시 좋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며, 자칫 오존의 농도가 높을 경우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 숲속에는 오존의 농도가 일반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야생의 환경이 반드시 인간의 편일 수만 없다. 좋은 향이 몸에 이롭고 나쁜 냄새가 반드시 몸에 해로운 것도 아니다. 쓴 것이 약이 된다는 것도 거짓이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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