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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위치 확인하고 트럭 후진했는데…法 "살인 무죄"

중앙일보

입력

[사진 KBS 캡처]

[사진 KBS 캡처]

신호 위반으로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자를 한번 더 트럭에 치게 해 숨지게 한 화물차 운전자가 살인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선일)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화물차 운전사 장모(50)씨의 선고공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인정해 금고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4.5t 트럭을 운전한던 장씨는 불법 좌회전을 하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떡볶이 배달을 가던 20대 피해자를 쳤다. 당시 상황을 담은 CCTV에 따르면 장씨는 사고 직후 차를 세우고 내려 피해자의 상황을 확인한 뒤 다시 차에 올랐다. 이어 트럭은 후진을 했고, 트럭 바퀴 뒤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가 깔렸다. 피해자는 숨진 채 119에 실려갔다.

장씨는 사고 직후 자신은 사고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CCTV를 확인한 뒤에 말을 바꿨다. 그는 "피해자에게 구호 조치를 하려고 후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검찰은 주변 CCTV 영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사고 직후에는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후진 과정에서 화물차 뒷바퀴에 깔린 것이 직접적 사망 원인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또 장씨의 행동에 살인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 상황을 확인했는데도 바로 신고하지 않고, 기어 변속까지 해가며 후진을 하고 나서야 119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부는 디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등 살해할 만한 뚜렷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장씨는 운전자보험에 가입돼 있어 A씨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피해를 보상할 만한 충분한 경제적 수단을 갖추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뒤 후진하기까지 걸린 3초는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면서 “후진하면서 피해자를 피해 갈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왼쪽으로 조향장치를 돌리기도 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운전자로서 고도의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음에도 피해자의 쓰러진 상태나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망에 이르게 했고, 수사기관에서 CCTV를 확인한 후에야 차량 을 후진해 사망케 한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금고형을 선고했다. 또  “장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유족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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