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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500살 소나무 보며 걷고 계곡물 발 담그면 삼복더위도 즐겁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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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강원도 홍천 수타사계곡에서 올려다본 궝소 출렁다리. 허공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사진 진우석]

강원도 홍천 수타사계곡에서 올려다본 궝소 출렁다리. 허공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사진 진우석]

삼복(三伏) 한복판. 1년 중 제일 더운 계절이다. 선풍기 바람은 시시하고 에어컨 바람은 지겹다. 시원한 계곡물이 눈에 선하고, 상쾌한 산바람이 생각난다. 『대한민국 트레킹 바이블』을 펴낸 진우석 여행작가로부터 ‘삼복더위에도 걷기에 좋은 트레일(걷기여행길)’ 4곳을 추천받았다. 하나같이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하는 길이다. 폭염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여행법이지만, 무더운 날씨를 고려해 너무 길거나 험한 코스는 피했다.

진우석 작가 추천 숲·계곡길 4선 #물소리 친구 삼아 홍천 수타사계곡 #신선이 노니는 듯 괴산 선유동계곡 #솔향에 젖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서울이 꼭 숨긴 숲길 서울 도봉 옛길

 구절양장 물길 따라 - 홍천 수타사계곡길 

수타사계곡의 최고 명소인 궝소는 출렁다리 아래에 자리한다. [사진 진우석]

수타사계곡의 최고 명소인 궝소는 출렁다리 아래에 자리한다. [사진 진우석]

강원도 홍천 공작산(887m)은 품이 넓은 산이다. 공작이 날개를 펼친 산세인데, 왼쪽 날개 품에 수타사계곡이 안겨 있다. 수타사계곡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다. 빼어난 풍광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더 좋다.

산어귀 공작교를 건너면 아담한 수타사가 자리한다. 708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고찰로, 본래 이름은 수타사(水墮寺)다. ‘물이 두들기는 절’이라는 절 이름에 고개를 끄덕인다. 절 마당에서 스님이 불경 외는 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함께 들린다.

절을 나와 수타사 생태숲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산허리를 잇는 조붓한 오솔길이다. 힐끔힐끔 계곡을 내려다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궝소 출렁다리를 만난다. 다리 중간에서 감상하는 계곡 풍광이 일품이다. 다리를 건너 궝소를 살핀다. ‘궝’은 구유를 말한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파서 만든 소 여물통이다. 미끈한 암반이 깔린 생김새가 영락없이 길고 거대한 구유 같다. 물과 바위, 그리고 시간이 만든 걸작이다.

작은 폭포와 거대한 소가 어우러진 용담은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진 진우석]

작은 폭포와 거대한 소가 어우러진 용담은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진 진우석]

궝소를 지나면 날 것처럼 싱싱한 계곡이 펼쳐진다. 졸졸~ 쏴~ 좔좔~ 물소리를 친구 삼아 걷는다. 거대한 암반이 형성된 용담을 만나면 숲길이 끝났다는 뜻이다. 용담 아래 박쥐굴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용담에서 내려오면 다시 공작교다. 물길 따라 이어진 걸음이 마무리되는 지점이다.

길 정보

코스: 주차장~공작교~수타사~궝소 출렁다리~주차장, 6㎞ 2시간 소요.
팁: 트레킹 매니어라면 노천리 노천2교에서 계곡을 따라 수타사까지 8㎞쯤 걷는 코스를 추천한다.
맛집: 장원막국수(033-435-5855), 서울 장원막국수 본점.

 퇴계의 자취를 되짚다 - 괴산 선유동계곡길

충북 괴산 선유동계곡 제1곡 선유동문 앞은 작은 보가 있어 수영장처럼 물이 많다. [사진 진우석]

충북 괴산 선유동계곡 제1곡 선유동문 앞은 작은 보가 있어 수영장처럼 물이 많다. [사진 진우석]

충북 괴산은 백두대간에서 시원한 물이 퉁탕 퉁탕 쏟아져 내리는 고장이다. 괴산의 여러 계곡 중에서 대야산(931m) 자락의 선유동계곡은 퇴계 이황이 머물던 자리다. 선유동계곡에서는 설렁설렁 걸으며 퇴계가 이름 붙인 9곡 명소를 감상하는 맛이 여유롭다.

출발점은 선유동휴게소. 휴게소 아래 바위 사이로 계곡물이 흐른다. 제9곡 은선암(隱仙岩). 여기서 신선이 퉁소를 불며 달을 희롱했다고 한다. 계곡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흥취가 가히 신선이 노닐었을 법하다. 은선암 앞에 제7곡 기국암(碁局岩)과 제8곡 구암(龜岩)이 나란히 붙어 있다. 기국암에는 신선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집에 돌아가니 5세손이 살고 있었다는 나무꾼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제8곡 구암(龜岩)은 거대한 거북이처럼 생겼다. 계곡 옆의 제6곡 난가대(爛柯擡)를 지나면 우레 같은 물소리가 울리는 제5곡 와룡폭(臥龍爆)이 나타난다.

투박한 바위가 덩그러니 놓인 선유동계곡 제9곡 은선암. [사진 진우석]

투박한 바위가 덩그러니 놓인 선유동계곡 제9곡 은선암. [사진 진우석]

한적한 길을 한동안 따르면 계곡 안에 덩그러니 놓인 바위 두 개가 발길을 붙잡는다. 제4곡 연단로(鍊丹爐)로 신선이 금단을 만들어 먹고 장수했다는 곳이다. 연단로 앞에는 제3곡 학소암(鶴巢岩)과 제2곡 경천벽(擎天壁)이 우뚝 서 있다. 경천벽 바로 앞에 선유동문(仙遊洞門)이라 써진 바위가 제1곡이다. 앞으로 널찍한 물놀이 장소가 마련돼 있다. 뜨거운 발을 담그면 더위는 안녕이다.

길 정보

 코스: 선유동휴게소~은선암~선유동문, 2㎞ 1시간 소요.
 팁: 선유동계곡이 짧으면 화양동계곡도 걸을 수 있다. 충북자연학습원에서 화양동계곡으로 진입한다.
 맛집: 괴강오십년할머니집(043-832-2974), 50년 전통 민물고기 매운탕 집.

 500살 소나무를 만나다 -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그윽한 숲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사진 진우석]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그윽한 숲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사진 진우석]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조선 시대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십이령 옛길과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어우러진 길이다. 국유림을 관통하는 길이어서, 산림청이 예약 탐방가이드제를 운영한다. 하루 80명만 걸을 수 있다.

오전 9시. 금강송펜션 앞에서 숲 해설사가 탐방객을 불러 모아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소광2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고 저진터재와 너삼밭재를 연달아 넘으면 대광천을 거슬러 오른다. 대광천은 백병산에서 발원해 소광리로 흘러드는 청정 계곡이다. 오솔길은 대광천을 수시로 건너고 임도와 숨바꼭질하며 이어진다. 숲길을 한참 걷다 보면, 쭉쭉 솟구친 금강소나무가 나타난다.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사진 진우석]

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사진 진우석]

금강송 군락지 입구에 밥차가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캔 산나물로 만든 반찬이 푸짐하다. 접시에 담아와 계곡에 발 담그고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점심을 마치고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출발한다. 안도현의 ‘울진 금강송을 노래함’ 시비를 지나면 갑자기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가 나타난다. 금강소나무숲의 상징목  오백년송이다. 정확한 수령은 538년. 소나무가 500년이 넘으면 신송(神松)이라 불린다.

금강소나무 군락지에서 가장 오래된 오백년송. 기품과 품격이 넘친다. [사진 진우석]

금강소나무 군락지에서 가장 오래된 오백년송. 기품과 품격이 넘친다. [사진 진우석]

관리소 안에는 금강소나무와 일반 소나무를 비교할 수 있는 샘플이 있다. 해설사가 금강소나무의 역사를 간략하게 들려준다. 해설이 끝나면 왔던 길을 되밟는 길만 남았다. 돌아가는 길, 금강소나무는 다시 봐도 새롭다.

길 정보

코스: 소광2리 금강송펜션~저진터재~금강송 군락지 입구(점심)~오백년송~금강송펜션, 16.3㎞ 6시간 소요.

팁: 시범 운영하는 가족탐방로(5.3㎞) 코스를 추천한다. ㈔울진숲길(uljintrail.or.kr) 054-781-7118.

 근심 없는 골짜기 - 서울 도봉 옛길

북한산둘레길 18코스 도봉 옛길을 내려오면 만나는 무수골. 개구쟁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진우석]

북한산둘레길 18코스 도봉 옛길을 내려오면 만나는 무수골. 개구쟁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진우석]

도봉산 무수골은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도시인에게 귀띔하는 곳이다. 도봉 옛길을 넘어와 맑은 계곡에 발을 담그면 여느 바캉스 명소 부럽지 않다.

무수골 입구 주말농장에서 바라본 도봉산 주봉. [사진 진우석]

무수골 입구 주말농장에서 바라본 도봉산 주봉. [사진 진우석]

북한산둘레길 18코스 도봉 옛길은 옛길의 호젓함과 무수골의 시원함이 어우러진 길이다. 도봉 옛길의 출발점은 다락원이다. 조선 시대 출장 중인 관원을 위한 원(院)이 다락 구조라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락원을 출발하면 앞쪽으로 웅장한 만장봉과 자운봉이 올려다보인다. 도봉산과 인사를 나누고 고갯마루를 넘으면 광륜사 앞이다. 도봉산의 핵심 구역인 도봉동계곡으로 들어선 것이다. 도봉탐방안내센터 앞에서는 ‘도봉동문’ 각석을 찾아보자. 우암 송시열의 글씨로 도봉서원의 입구를 알리는 상징이다.

도봉사 앞을 지나면 200m 길이의 무장애 탐방로가 나온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평탄한 탐방로가 끝나면 작은 고개가 나타난다. 이 고갯마루를 넘는 길이 도봉 옛길이다. 참나무가 우거진 한적한 숲길이다. 길옆에 자리한 무덤들은 세종의 아홉째 아들인 영해군의 묘를 비롯한 조선 왕족의 묘다. 옛길이 끝나는 지점에 세월교가 놓여 있다. 세월교 아래를 흐르는 계곡이 무수골이다.

무수골은 도봉산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계곡으로 ‘근심이 없는 골짜기’란 뜻이다. 무수골 일대는 대장간이 많아 수철동·무쇠골이라 불리던 동네다. 무수골 계곡물에 발을 담고 여름을 즐겨본다.

70년이 넘는 설렁탕 집 '무수옥'의 수육. [사진 진우석]

70년이 넘는 설렁탕 집 '무수옥'의 수육. [사진 진우석]

길 정보

코스: 다락원 입구~광륜사~도봉사~도봉 옛길~무수골, 3.1㎞ 1시간 30분 소요.
팁: 북한산둘레길 19코스 방학동길을 이어 걸을 수 있다. 무수골~쌍둥이전망대~정의공주묘, 3.1㎞ 1시간 30분 소요.
맛집: 무수옥(02-954-6292), 70년 넘은 설렁탕 집.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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