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디지털 인정’이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2018.07.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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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해변에는 셀카를 찍느라 수영에는 관심 없는 사람이 많았다. 한 스페인 모녀는 비키니를 입고 화장을 한 상태에서, 한 시간 넘게 셀카만 찍었다. 점심시간에는 조용히 각자의 핸드폰을 들여봤다. 그들뿐 아니었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사람들이 순간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을 위해서 살고, 그것을 포착하느라 그 순간을 놓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독일 기사에 따르면 셀카 현상은 새로운 게 아니라 단지 기술발전 덕에 대중화되었을 뿐이다. 인간은 옛날부터 자화상을 그렸는데, 자화상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제일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르네 데카르트가 말했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nito, ergo sum)” 라는 말을 “나는 셀카를 찍는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꿔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비정상의눈 7/26

비정상의눈 7/26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했다. 현실이 과연 현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은 모든 것들이 가짜가 아닐지 의심했다. 단 의심 안 해도 되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내가 의심한다는 것 자체였다. 의심은 곧 생각이니까, 나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셀카 세대는 무엇이 현실인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존재하지 않은 나의 완벽한 모습을 위해서 셀카 50장 중에 한 장을 골라 기술의 도움을 받아 내 허리를 더 가늘게, 내 얼굴을 더 작게, 내 다리를 더 길게 만든다. 현실이니 뭐니 해도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이 더 중요하니까.

‘좋아요’가 디지털 마약이 되어 버렸다. ‘좋아요’를 많이 못 받아서 자살한 자들도 있고 탈진증후군(Burnout Syndrom)이 생긴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 많은 ‘좋아요’를 얻으려 위험한 셀카를 찍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늘 옆에 있는 카메라 때문에 ‘자기 감시’ 사회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제 어디서든 계속 나의 모습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면, 나에게 신경 쓰느라 남에게 신경 쓰는 시간은 줄어든다. 데카르트는 늘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는데 우리에게는 현실보다도 ‘디지털 인정’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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