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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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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날 때다. 바다로 피서를 가는 경우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시원하게 즐기기에 좋은 음식이 생선회다. 광어·우럭·도미 등 회로 먹는 고기는 다양하다. 취향에 따라 한 가지 고기를 선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섞어 주문하기도 한다.

만약 마땅히 한 가지를 고르기가 뭣해 여러 가지를 섞은 회를 시킨다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모듬회’ ‘모둠회’ 어느 것이 맞을까? 일반적으로 ‘모듬회’라 많이 부른다. 음식점 메뉴판에도 대부분 ‘모듬회’라고 돼 있다. 그러나 ‘모둠회’가 맞는 말이다.

‘모듬’ ‘모둠’은 모두 옛말 ‘몯다’(‘모으다’의 고어)에서 온 것이다. 어원적으로는 둘 다 가능하다. 하지만 ‘모둠’이 표준어나 마찬가지다. ‘모둠밥’ ‘모둠냄비’ ‘모둠꽃밭’ ‘모둠발’ ‘모둠매’ 등 합성어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모듬’으로 구성된 합성어는 거의 없다. 초·중등학교에서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학생을 대여섯 명으로 묶은 모임도 ‘모둠’이라 이름을 정하고 사전에 올렸다.

‘모둠회’ 자체는 아직 사전에 올라 있는 단어가 아니다. ‘모둠’이 작은 규모의 학습 모임 외에 ‘모으다’는 뜻의 명사형으로 따로 사전에 올라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둠’이 들어간 다른 합성어를 생각하면 ‘모듬회’가 아니라 ‘모둠회’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모드다’는 현재 사용되지 않는 말이지만 ‘모두다’는 아직까지 경상남도나 함경도 방언으로 쓰이고 있기도 하다.

부침개(전) 집에서 호박전·굴전·버섯전 등 여러 가지를 섞어 담아내는 메뉴도 대부분 ‘모듬전’이라 부른다. 이 역시 ‘모둠전’이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듬요리’ ‘모듬구이’ ‘모듬초밥’ ‘모듬쌈밥’ ‘모듬채소’ 등도 ‘모둠요리’ ‘모둠구이’ ‘모둠초밥’ ‘모둠쌈밥’ ‘모둠채소’로 바꿔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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