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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빈 점포 사들여 싸게 임대하는 게 자영업자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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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상공인연합회는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연합회에서 업종별 전국대표 300여 명이 참석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을 개최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소상공인들은 다음달 29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대표들이 최저임금 인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소상공인연합회는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연합회에서 업종별 전국대표 300여 명이 참석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출범식을 개최했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소상공인들은 다음달 29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대표들이 최저임금 인상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정부가 노후 상가를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소상공인판 ‘공공임대 사업’을 도입한다. 편의점 업계의 요구에 따라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은 카드 수수료에서 빼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해 준비하는 후속 대책이다.

정부가 직접 빈 점포 지원 나서면 #되레 임대사업자 배만 불릴 수도 #임대계약 갱신 시한 5년 → 10년 #자영업자 빚 4800억 탕감도 추진

정부는 우선 건물주의 ‘갑질’에 따른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현행 5년으로 돼 있는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인 임차인이 안정적 경영 활동을 지속하고 영업적 가치를 보장받기 위한 조치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주민과 상인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뜻한다. 이와 함께 건물주가 재건축·철거 등 사유로 임대차 계약 연장을 거절할 때 영업시설 이전 비용을 보상해 주는 ‘퇴거보상제’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정부와 공공기관이 도시재생·상권쇠퇴 지역 내 노후 상가를 매입해 소상공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빈 점포 활용 임대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빈 점포가 많은 상가를 리모델링해 점포 환경을 개선한 뒤 싸게 세를 놓으면 자영업자들이 몰려들고 손님이 늘어 상권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담배의 경우 판매 가격에서 세금 비중이 70%가 넘는데, 매출 전체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떼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이처럼 자영업자의 매출을 올려주지만 이익기여도는 낮은 품목들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을 변경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 밖에도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소상공인페이)을 구축해 결제 수수료 부담을 0%대로 줄이고,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영세 자영업자 약 3만5000명에게 4800억원 규모의 대출을 탕감해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다음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영세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2년 새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른 셈인데 장사가 되는 가게가 몇 개나 있겠나”라며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줄 수 있게끔 지급 능력을 갖추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여론의 비판에 정책을 급조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예컨대 ‘빈 점포 활용 임대사업’은 되레 임대사업자의 배만 불릴 수 있다. 빈 점포는 임대료를 내려야 사람이 들어오는데, 정부가 이를 지원하면 임대사업자들은 공실이 나와도 임대료를 안 내리고 버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상가 소유주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세금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에 임대차 규제로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페이는 신용카드에 익숙한 국민이 별도의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야 하는데, 결제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빚 탕감 방안에 대해서는 재정 만능주의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연승(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부회장은 “자영업자가 무너지는 현실에서 정부가 버팀목 역할을 해 주겠다는 정책 방향은 맞다”며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고, 정부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이 큰 만큼 자영업자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의 위기는 심각하게 포화된 생태계 구조에 있다”며 “외국인을 국내로 유인하는 관광 정책,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폐업 지원, 규제 완화를 통한 신규 수요 창출 등의 정책이 입체적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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