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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연일 최고치 경신 … 예비율 2년 만에 7%대로 떨어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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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전력 관계 직원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남서울지역본부 에서 전력수급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

한국전력 관계 직원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남서울지역본부 에서 전력수급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

전력 예비율이 2년 만에 7%대로 떨어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오후 5시 기준 전력 수요는 9248만㎾를 기록하며 전날(9070만㎾)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고 기록을 고쳐 썼다. 전력 예비력은 709만㎾로, 전체 공급 능력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력량(전력 예비력)이 차지하는 비율인 ‘전력 예비율’은 7.7%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8월 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날씨 예상 잘못해 전력 예측 실패 #“6년 전 같은 정전대란 오나” 불안 #“원전 없었다면 감당 못했을 것” 지적

예비율이 7%대로 떨어진 건 2016년 8월 8일 이후 2년 만이다. 정부는 아직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6년 전 대정전 사태가 또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하루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한 시간 동안의 평균 전력 수요)를 8750만㎾로 전망했다. 발표 당시 정부가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너무 낮게 전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7월 5일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에선 8830만㎾로 수정했다. 그러나 23일 최대 전력은 사상 처음으로 9000만㎾를 돌파했고, 24일엔 또 한 번 기록을 깼다.

정부가 예측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날씨다. 산업부는 ‘6월과 8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7월은 비슷할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를 참고해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올 7월엔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1994년 여름 이후 가장 극심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장마가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장기 수요는 경제성장률(GDP)과 전력 가격, 인구·기후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지만 당장 다음 한두 달을 예상할 땐 다른 변수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날씨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부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2011년 9·15 대정전 같은 일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이 끝났다고 보고 공급 능력을 7000만㎾ 수준까지 낮췄다. 하지만 9월 낮 기온이 한여름 날씨인 32도까지 치솟아 수요가 급등하면서 갑자기 예비전력이 334만㎾로 급락했고, 순환 정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다고 최악을 가정해 수요를 너무 높게 계산하는 것도 발전소를 과하게 늘리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는 발전소 건설보단 수요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이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해 주는 수요감축요청(DR)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두 차례 DR을 발령했는데 올해는 아직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다.

하지만 폭염에 따른 수급 문제가 앞으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전력 수요를 감당해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밤에는 무용지물이 되는 태양광이나 일정한 세기의 바람이 불어 줘야 하는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의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를 제대로 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탈원전이 제대로 된 공론화 없이 추진된 만큼 미세먼지,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합리적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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