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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양보의 딜레마'.."핵 폐기 로드맵 합의 후","비핵화 추동 위해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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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부가 종전선언의 계기로 기대했던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이 다가왔지만 논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4·27 판문점 선언과 이를 재확인한 6·12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미는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는 것으로 형식상 의견을 모았지만 이후 진척이 없다. 본지는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가나다순) 등 외교안보 전문가 10명에게 고착 상태인 종전선언 논의의 해법을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종전선언과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종전선언과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종전선언, 비핵화 맞교환”=전문가 다수는 비핵화 협상이 더딘 만큼 북한이 ‘등가성’이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종전선언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10명 중 7명(김성한·김천식·박인휘·신각수·신범철·윤덕민·천영우)이 이같이 답했다. 신각수 전 대사는 ”종전선언은 상당히 의미 있는 정치적 선언으로 평화 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비핵화 로드맵이나 검증·신고와 같은 상당한 비핵화 조치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덕민 교수도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유엔사는 물론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드시 신고·검증 로드맵 등 의미 있는 비핵화 과정과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갈구하는 만큼 비싼 값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천영우 이사장은 “북한으로선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종전선언은 우리에게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신범철 센터장은 “외교 분야에선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수교, 경제 분야에선 철도사업과 제재 부분 해소 등 우리가 줄 것은 10개가 안 되는데 나중에 가서 우리는 다 줬는데 북한은 저장고에 핵이 그대로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종전선언 신중론을 제기했다. 김성한 원장은 “북한의 시간끌기를 차단하기 위해 종전선언부터 한다는 논리는 엄청난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식 전 차관도 “지금까지는 북한이 비핵화를 말로만 하고 있는데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같은 속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先)종전선언”=반면 북한 입장에선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받아야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위성락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종전선언 논의가 진행된 과정을 보면 서로 주고받기의 측면보다는 비핵화를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며 “북한이 종전선언을 교환의 개념으로 생각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초기 단계에서 체제 보장에 대한 조치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라도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며 “불안하니 하지 말자는 얘기는 냉전 체제를 고수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지적했다.

북·미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첨예한 불신 관계에 있는 북·미 당사자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며 “북한에는 종전선언이 평화협정이 아니라 과도기적인 안전보장 문제라고 명확히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인휘 교수는 “사실상 남·북·미 정상이 합의한 상황에 대해 미국에도 책임을 촉구할 필요가 있고, 북한에는 비핵화에 대한 조금 더 적극적인 조치가 없이는 한국 국민이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현실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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