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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공룡 퀄컴 무역전쟁 희생양 되나…중국 NXP 인수 결정 D-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특허 공룡'이라 불리는 미국 반도체회사 퀄컴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까.

50조원 인수 거래 최종 승인 남겨둔 중국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 커져 #"중국 당국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전망도 #미·중간 반도체 패권 신경전도 한몫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퀄컴의 NXP 인수에 대한 중국 경쟁당국 승인 시한(25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며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퀄컴은 미·중 무역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퀄컴은 2016년 10월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를 인수하겠다고 처음 발표했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상무부는 올해 4월 "퀄컴의 NXP 인수는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인수 승인을 미뤄왔다.

퀄컴이 인수 규모가 440억 달러(약 50조원)에 달하는 NXP를 인수하려면 미국, 유럽, 한국 등 9개 관련국의 경쟁 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9개국 가운데 중국만 유일하게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그 승인 마감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지난달 중국산업정보기술부는 퀄컴의 NXP 인수가 중국 정보기술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검토했고, 인수 승인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낙관하긴 어렵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언급한 것이 불확실성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25% 관세를 물린 데 이어 지난 20일엔 "5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얼라이언스버스타인의 스테이시 래스건 연구원은 "이번 인수건은 여러 이슈가 혼재돼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며 "중국 경쟁 당국이 인수를 승인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지금은 합리적인 선택이 반드시 일어나리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인수는 무역분쟁을 넘어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간 신경전도 바탕에 깔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싱가포르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5세대(5G) 기술에 대한 퀄컴의 지배적 지위가 약해져 중국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며 인수를 막았다. 지난 4월엔 미국 상무부가 향후 7년간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와 미국 기업 간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만일 이번에 중국이 최종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면 퀄컴은 NXP 인수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퀄컴은 NXP에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의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투자자에게 "인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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