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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침 29도, 강릉 31도 … 최악의 열대야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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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23일 오후 한때 전력예비율이 8%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경기도 수원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23일 오후 한때 전력예비율이 8%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경기도 수원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전력 수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염소 뿔도 녹아내린다는 대서(大暑) 절기인 23일. 전국적으로 열흘 넘게 폭염이 이어지면서 인명피해는 물론 축산농가 등에서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111년 만에 최저기온 중 가장 높아 #한낮 35도 열기 밤에 고스란히 남아 #잠 못 이뤄 공원·강변서 밤새우기도 #도쿄는 한낮 40.8도 사상 최고 기록

지난 18일 이후 6일째 폭염(33도 이상)이 이어진 서울은 이날도 낮 최고기온이 35.7도까지 치솟아 가마솥더위를 보였다. 하지만 1994년 7월 24일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던 22일의 38도 기록에는 못 미쳤다. 지난 17일부터 계속된 최고기온의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경북 영천과 경주도 이날 38도를 기록했고 대구 37.9도, 합천 37.7도까지 올랐지만 기록 경신은 없었다.

기상청은 “다음달 초까지도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며 “별다른 비 소식은 없고, 비가 내리더라도 소나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 윤기한 통보관은 “21일과 22일 서울 등지의 기온이 크게 치솟은 것은 제10호 태풍 ‘암필(AMPIL)’이 몰고 온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 탓이었다”며 “23일 이후에는 당분간 낮 최고기온이 21~22일보다 더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크게 상승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폭염이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에 밤에는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이날 오전 서울시내의 한 온도계가 31도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서울시내의 한 온도계가 31도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23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이 29.2도로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일(日) 최저기온 중 가장 높았다. 최악의 열대야였다. 이날 전력사용 급증으로 서울 여의도의 K아파트단지 등 서울시내 여러 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동해안 강릉의 경우도 이날 아침 최저기온이 31도를 기록했다. 강릉의 종전 일 최저기온 최고기록은 2013년 8월 8일의 30.9도였다.

기상청은 올해 들어 22일 밤까지 전국에서는 평균 2.8일의 열대야가 발생했는데, 8월까지는 평년 수준(5.3일)은 쉽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던 94년에는 6~9월 전국적으로 평균 17.7일의 열대야가 발생해 역대 1위를 기록했다. 2013년(15.9일)과 2010년(12.7일), 2016년(10.8일), 2017년(10.8일)에도 전국에서 평균 10일 이상 열대야가 발생했다. .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상청은 이날 내놓은 ‘8∼10월 3개월 날씨 전망’ 자료를 통해 다음달까지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 노유진 전문분석관은 “7월 말과 8월 초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지금의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중 가장 더운 시기인 만큼 8월 중순까지도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 분석관은 "낮 기온은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낮에 쌓인 열기가 밤에도 식지 않으면서 최저기온이 상승하고 일교차가 줄어드는 등 열대야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23일 낮 도쿄(東京)도 오메(靑梅)시에서 최고기온이 40.8도를 기록해 기상 관측 이래 도쿄도에서는 처음 40도를 넘어섰다. 이처럼 동아시아 등 북반구 전체에서 폭염이 이어지는 것이 제트기류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여름에는 제트기류의 위치가 북쪽으로 치우치는데, 현재 북위 60~70도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강하게 흐르고 있다”며 “제트기류가 지나는 남쪽은 풍속이 느려지는데, 이 때문에 한반도 폭염이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상청에서도 “극지방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해 북반구 중위도에 전반적으로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더위 피해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날 낮 12시40분쯤 충북 괴산군 불정면의 담배밭에서 일하던 40대 베트남 국적의 근로자 A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에서는 온열질환자가 1159명이 발생해 10명이 사망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전국적으로 22일까지 가축 110만6000여 마리, 양어장 어류 4만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최대전력수요는 오후 5시 기준 9070만㎾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역대 최고치인 올해 2월 6일의 8824만㎾를 넘었다. 전력예비율은 8.4%로 예비율이 두 자릿수 이하로 떨어진 것은 올해 처음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세종=신진호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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