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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최대 피해자는 한국 등 소규모 개방국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점점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에서 최대 피해자는 정작 한국을 비롯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WSJ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부품 수입 비용 오르고 수출 수요 줄어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 더 어두워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 무역분쟁에서 최대 피해자는 '빅 플레이어'가 아니라 한국 등 가운데 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가 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세계 공급사슬에 여기저기 묶여 있다.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온 원재료 및 부품을 바탕으로 자국에서 새 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수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질수록 수입 비용은 올라가고 수출 수요가 낮아져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총수출 규모 가운데 세계 공급사슬과 연관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대만(67.6%)이다. 그다음은 헝가리(65.1%), 체코(64.7%), 한국(62.1%), 싱가포르(61.6%), 말레이시아(60.4%), 아일랜드(59.2%) 순이다.

영국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의 아미트 카라 거시경제전망 책임자는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일수록 무역분쟁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경제 강대국 역시 무역분쟁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겠지만, 원자재 및 부품을 자체 생산할 여력이 있는 데다 꺼지지 않는 내수가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일 무역분쟁 불씨를 피우고 있다. 이미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등에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340억 달러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관세 추가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모두 종합하면 최대 9000억 달러(1000조원)에 해당하는 수입품에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은 세계 경제가 파고를 겪을 때마다 크게 휘청거렸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단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헝가리 경제 생산은 6.6%, 체코는 4.8% 감소했다. 대만은 10여년 만에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국내 코스피 지수는 미·중간 무역분쟁 우려로 이미 올해 들어 7.5% 하락했다. 헝가리와 싱가포르 주가지수는 각각 10.8%, 3.7% 내렸다.

국내 주요 기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속속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존 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LG경제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올해 2.8%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WTO 통계를 집계한 픽텟 자산운용사는 보고서에서 "이 무역분쟁에서 승자는 없다"며 "다만 투자처를 찾고 있는 투자자라면 해당국의 무역 개방 정도만 따질 게 아니라 신용도, 보유외환 등 경제 및 정치 안정 여부도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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