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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흔들리자 한국 외환시장 휘청 … 원화값 연중 최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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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1년 만에 최저치로 고시했다. 양국 간 통화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시장도 이미 영향권 안에 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강달러 불편” 언급 직격탄 #신흥시장 자산 총체적 악영향 우려

인민은행은 20일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9% 내린 6.7671위안(환율 상승)으로 고시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다. 낙폭으로 따지면 2016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인민은행은 7일 연속 위안화를 가치를 떨어뜨렸다.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는 지난달에만 4.5% 하락했다. 시점도 민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나는 달러 강세가 불편하다”고 말한 직후였다.

트럼프의 통화시장 직접 개입과 이에 개의치 않는 중국 위안화 하락 흐름 속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치는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화가치가 최근 국제 통화시장에서 위안화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탓이 컸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께 2016년 당시와 같은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현상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역분쟁이 예상 시나리오와 달리 전개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더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21일 “무역분쟁에서 통화전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양국이 점차 대립하면서 주식, 유가뿐 아니라 신흥시장 자산까지 총체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앞으로 인민은행의 행보다. 트럼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하 정책을 고수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015년 8월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하를 시도했을 당시 중국 경제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공포감으로 전 세계 주가와 유가가 출렁거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경험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너무 빨리 절하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시장 참가자 사이에선 달러당 6.8위안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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