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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IoT 인재양성 통해 글로벌대학 만들 것”…정병석 전남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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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지난달 26일 교내 집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 방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지난달 26일 교내 집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 방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거점국립대, 경쟁력을 말한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

정병석(60) 전남대 총장은 “수준 높은 논문과 연구실적을 토대로 세계적인 연구집단 10개를 보유한 글로벌 대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2018 라이덴 랭킹(Leiden Ranking)’에서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국립대 중 1위를 기록했다. ‘라이덴 랭킹’은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이 전 세계에 발표된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상위 10%의 논문비율을 집계한 연구력 지표다.

수도권 쏠림에 지방 국립대 위기 #4차 산업혁명 준비는 생존 문제 #로봇 등 융복합 인재양성 사활 #세계적 수준의 리서치 허브 육성

정 총장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이공학적 창의력을 겸비한 인재양성 만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1986년부터 전남대에서 재직해온 정 총장은 지난해 2월부터 대학을 이끌고 있다. 전국 10개 거점국립대 중 한 곳인 전남대는 1952년 문을 연 후 올해로 개교 66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26일 정 총장을 전남대 캠퍼스에서 만나 대학 경쟁력과 미래 비전 등을 들어봤다.

올해로 개교 66주년을 맞은 전남대 내 민주마루 앞을 지나는 시민들. [프리랜서 장정필]

올해로 개교 66주년을 맞은 전남대 내 민주마루 앞을 지나는 시민들. [프리랜서 장정필]

“인간 삶 바꿀 4차 산업혁명, 생존 문제”

4차 산업혁명이 왜 생존의 문제인가.
“초고도화된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세상이 됐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드론, 3D 프린트가 대표적이다. 이런 분야에서 변화를 선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융복합형 인재 양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방법을 모색하는데 대학 구성원의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방대학의 위기 상황도 심각한데.
“인재와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학령인구까지 줄어들면서 대학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전남대 역시 최근 2년간 입학정원의 10%(432명)를 감축하면서 대학 운영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래형 교육기법과 연구중심의 대학,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되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온 것이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지난달 26일 교내 집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 방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지난달 26일 교내 집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 방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로봇·IOT 등 융복합 인재양성에 사활”

미래형 인재양성 방향은.
“로봇공학이나 IoT 등이 포함된 융합전공 도입과 대학 간 복수학위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학사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학생들이 강연 영상을 미리 학습한 뒤 교수와 토론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같은 분야에도 관심을 쏟으려 한다. 학생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아가는 PBL(Project Based Learning) 방식도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효과가 크다. 학생과 교수의 역할이 바뀌어 가는 것만큼 강의 기법 자체가 확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연구기능도 중요한데.
“세계적 수준의 연구집단이 활동하는 ‘글로벌 리서치 허브’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지역의 발전과 미래 희망을 만드는 원동력이 대학의 연구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30개가 넘는 연구과제를 수행토록 한 것도 글로벌 연구집단 10여개를 만들기 위한 ‘씨앗’을 뿌리는 작업이었다. 현재 거점국립대 최상위권인 논문 수준 역시 세계 유수의 대학 수준까지 높여갈 계획이다. 전남대는 올해 라이덴 논문인용도에서 거점국립대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논문 건수 등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총 연구비 1500억원 규모의 대형연구사업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다.”
올해로 개교 66주년을 맞은 전남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올해로 개교 66주년을 맞은 전남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세계적 연구집단’ 10개 숨 쉬는 ‘허브’

취임 초 대학 발전기금 700억 원을 약속했는데.
“경기침체 등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적인 대학 운영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취임 후 100억 원 정도를 모았는데, 남은 2년 6개월 동안 목표치를 낮출 생각은 없다. 대학 동문은 물론이고 지역민들의 후원이 날로 두터워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한 40대 동문이 대학 내 건물의 보존·이전 비용으로만 12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도입한 ‘전대사랑 365 캠페인’도 모금액 규모로는 따질 수 없는 값진 의미가 있다. 교직원과 동문에 시민까지 릴레이 기부에 동참하면서 7억 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전남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개교 후 66년 동안 키워온 구성원들의 신념과 발전 역량이다. 전남대인들은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호인 정문을 오갈 때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2020년 제40주기 5·18을 앞두고는 학교 내에 ‘민주의 길’을 조성하고 있다. 5·18의 발원지인 정문부터 박관현 열사 기념비, 윤상원 열사 흉상, 사범대 민중항쟁도 벽화, 5·18기념관까지 교내에 산재한 민주화운동 기념공간을 잇는 길이다.캠퍼스 곳곳에 가득한 민주·인권·정의·자유·평화의 가치는 학생들에게 막대한 에너지를 줄 것이다.”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지난달 26일 교내 집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 방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지난달 26일 교내 집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인재양성 방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5·18 등 민주·평화 ‘앞장’…‘Pride & Hope’

여수캠퍼스 활성화를 강조해왔는데.
“올해로 개교 101년을 맞은 여수캠퍼스 역시 전남대의 미래 발전동력 중 하나다. 내륙에 자리한 전남대가 수산·해양분야의 캠퍼스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무한한 경쟁력을 갖춘 것이어서다. 옛 여수대와의 통합 12년을 맞아 해양수산 교육의 명문대로 성장할 토대를 구축해 나가겠다.”
거점국립대로서 전남대가 가야 할 방향은.
“저렴한 교육비로도 모든 국민에게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게 지방 국립대의 사명이다. 각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모아놓은 집단이라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발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는 광주의 문화 콘텐트산업이나 첨단 과학, 전남의 농업·수산업 분야를 특화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려 한다. 지난해 지방 거점국립대 중 2위였던 59% 취업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도 관심을 쏟겠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정병석 총장=1958년생. 서울대 학부(법학과)를 졸업해 서울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전남대 법학과에 부임 후 법과대학장·융합인재교육원장·로스쿨 추진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6년부터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과 교육인적자원부 법학교육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콜로라도대학 로스쿨에서 방문 학자를 지낸 그는 『지적재산권법의 경제구조』, 『기업 유형론』 등 10여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숫자로 본 전남대
66주년 : 1952년 6월 9일 개교
70% : 등록금 대비 장학금 비율(2017년 기준)
440개 : 59개국 국제교류기관 수(2018년 기준)
20만명 : 전남대 전체 동문 수
263만원 : 연간 재학생 1인당 장학금(2017년 기준)
1649만원 : 학생 1인당 교육비(2017년 기준)
1115만㎡ : 캠퍼스 면적(광주·여수, 연습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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