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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어쩌려고…태국, 동굴소년 인터뷰 강행 외신에 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린 태국 동굴 소년(왼쪽). 태국 정부는 아이들을 위해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미 abc 방송(오른쪽) 등이 동굴 소년들의 인터뷰를 강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AP, abc방송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지난 18일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린 태국 동굴 소년(왼쪽). 태국 정부는 아이들을 위해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미 abc 방송(오른쪽) 등이 동굴 소년들의 인터뷰를 강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AP, abc방송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태국 정부가 일부 외신들의 ‘동굴 소년’ 인터뷰를 강하게 비판했다.

타왓차이 타이꾜 태국 법무부 차관보는 21일(현지시간) 미국 ABC 등 외신이 소년들을 인터뷰한 데 대해 "그 인터뷰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일부 질문은 소년의 의식 속에 남아있는 공포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었다"며 "특히 이들의 구조과정에 어떤 약품이 쓰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그렇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질문은 소년들이 겪었던 트라우마를 되뇌게 해 회복 중인 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외상 후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태국 언론은 협조하고 있는데 외신은 소년들과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했다"고 질타했다. "부모의 동의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잘못된 행동이다"라는 것이다. 또 "소년들의 부모는 언론 인터뷰로 인해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일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abc 방송의 동굴소년 및 가족 인터뷰[abc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abc 방송의 동굴소년 및 가족 인터뷰[abc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최근 ABC방송은 태국 동굴 소년 13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소년과 가장 마지막으로 구조된 소년을 인터뷰했다.

방송은 소년들에게 구조 당시 상황과 동굴 안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을 물었다. CBS와 로이터 통신 등도 동굴 소년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일부 외신이 인터뷰를 위해 동굴 소년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쁘라촌 쁘랏사꾼 태국 치앙라이 지사를 비롯해 지역 관리, 부모들은 회의를 여는 등 소년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태국 치앙라이 '무빠'(야생 멧돼지) 축구 클럽 소속 유소년 선수들과 코치 등 13명은 지난달 23일 탐루엉 동굴에 관광차 들어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태국 당국은 동굴 탐사 전문가 등을 투입해 실종 열흘 만에 이들의 생존을 확인했고, 최장 17일 만에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

지난 18일엔 동굴 소년들의 퇴원에 맞춰 언론 공식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면서, 아이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앞으로는 아이들은 물론 가족들도 언론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이들과 가족의 생활을 방해하는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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