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류아은의 플라워클래스(19)
요즘 무더위에 다들 잘 지내시는가요? 저는 요즘 낮 시간대는 연남동 바움매장 안에서 저와 함께 숨 쉬고 있는 꽃과 나무들이 무더위에 지치지 않을까 염려되어 더 부지런히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해가 지고 조금 선선해지면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제 반려견 연두와 함께 한강 산책을 즐기곤 하는데요, 요즘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랍니다.
노령견 연두와 함께 산책하다 보면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맴돌 때가 있는데요, (몸이 약한 저희 연두와의 산책은 속도보다는 충분한 냄새와 바람을 즐기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더 가까이에서 꽃과 나무들에 인사하기도 하고요, 평소 보지 못했던 나무들을 요리조리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 많은 꽃 중 요즘 유독 더 예뻐 보이는 아이가 있어서 오늘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백일홍’입니다.
백일홍은 백일초라고도 합니다. 멕시코 원산의 귀화 식물이며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합니다. 백일홍이란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이에요. 참 예쁘죠.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꽃말도 가지고 있는데요. ‘인연, 행복, 떠나간 임을 그리워함’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고요, 하얀 백일홍은 ‘순결’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백일홍은 원래 잡초였으나 여러 원예가가 개량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들꽃을 개량한 본보기의 하나이죠.
백일홍은 높이 60∼90cm이고,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며 잎자루가 없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털이 나서 거칠죠. 꽃은 6∼10월에 피고 두화(頭花)는 긴 꽃줄기 끝에 1개씩 달립니다. 꽃은 지름 5∼15cm이고 빛깔은 녹색과 하늘색을 제외한 여러 가지가 있어요. 또한 열매는 수과(식물 열매의 한 종류로 열매가 익어도 껍질이 갈라지지 않는 형태)로서 9월에 익고 씨로 번식합니다.
백일홍은 꽃 색이 선명하고 풍부하며, 꽃 형태도 소형의 꽃송이가 잘 피는 것부터 다알리아 크기의 거대한 송이까지 있어요. 백일홍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절화용으로도 이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화단에 심지요.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고온에 강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 백일홍의 설화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백일홍은 백 일이라는 긴 시간을 붉게 피어 있는 꽃이라는 뜻이라고 앞서 소개를 했는데요. 이 백일홍이란 꽃말 속에는 아픈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동해 바닷가의 한 조그만 마을에서는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삼아 제사를 올렸답니다. 처녀의 희생으로 마을의 재앙을 막고 고깃배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 제물로 바쳐진 처녀를 잡아가는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귀신도 사람도 아닌 백 년 묵은 구렁이었어요.
그런데 마을에 서로 사랑하던 몽실 처녀와 바우 총각이 있었지요. 어느 해 가을에 둘은 혼인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해의 제물로 몽실이 처녀가 뽑히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고 도망갈 궁리도 해보았지만 정해진 운명을 거역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바우는 구렁이를 죽이고 몽실이를 구해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는 바다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바우는 구렁이와 싸우러 가기 전에 몽실이와 약속을 했어요.
"만일 백 일 후에 내가 오지 않거나 돌아오는 배의 돛에 빨간 깃발이 꽂혀 있으면 내가 죽은 거니까 도망을 가고 흰 기를 꽂고 오면 구렁이를 처치한 거니까 마중해 달라"라 말하고는 바다로 떠났습니다.
그 후 100일이 되는 날까지 몽실이는 바닷가에 나가 매일 기도하면서 바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러던 중 100일째 되는 날 드디어 멀리 배의 앞머리가 보였습니다.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 달려가던 몽실이는 너무 놀라 그만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어요. 배의 돛에는 빨간 깃발이 꽂혀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윽고 배에서 내린 바우는 몽실이를 찾았으나 이미 죽은 후였습니다. 몽실이를 끌어안고 울부짖던 바우는 무심코 배 위 쪽을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그곳엔 흰 깃발에 빨간 피가 물든 채로 꽂혀 있는 게 아닌가요. 구렁이를 죽인 기쁨에 들떠서 구렁이 피가 깃발에 묻은 줄도 모르고 한시바삐 기쁜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그냥 달려왔던 때문이었죠.
몽실이는 이 피 묻은 깃발을 보고 바우가 죽은 줄 알고 크게 낙담하여 죽어버린 것이었어요. 마을 사람들과 바우는 몽실이를 양지바른 곳에 고이 장사지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예쁜 꽃이 붉게 피어나서는 백 일 동안이나 피어 있기에 사람들이 이 꽃을 백일홍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설화를 보고 ‘떠나간 임을 그리워함’이라는 백일홍의 꽃말이 생각이 나네요. 붉은 꽃잎은 설화에서 등장하는 몽실이의 안타까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꽃말과 설화만큼 아름다운 백일홍, 이번 주에는 백일홍을 한 단 사서 예쁜 화병에 들꽃처럼 살짝 꽂아두고 즐겨 보는 건 어떨까요? 무더위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백일홍을요.
류아은 바움플라워 대표 baumflower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