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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this week]남자도 양산을 써야하는 이유, '이것'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남자들도 햇볕 차단 효과가 뛰어난 양산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Josh Edgoose on Unsplash]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남자들도 햇볕 차단 효과가 뛰어난 양산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Josh Edgoose on Unsplash]

“지드래곤이 양산 한 번 써 줬으면 좋겠다.”

연일 섭씨 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남성 회원 중심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탄식이다. 너무 더워 양산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보일지 몰라 주저하는 남자들이 패션 피플로 유명한 지드래곤(가수 권지용)이 양산을 써 남자 양산을 유행시켜줬으면 한다는 얘기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으로 양산을 쓰고 싶다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성용 양산에 대해 “산책할 때 양산을 써 봤는데 신세계였다” “오늘부터 양산 열사가 되기로 했다” “남자 양산은 이상한 게 아니라 현명한 것” “너무 화려한 양산 말고 단순한 디자인의 양산이 나왔으면 좋겠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폭염의 기세가 맹렬한 일본에서 시작된 ‘남자 양산 쓰기 운동’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NHK는 올여름에도 일본 사이타마현의 현청 직원들이 ‘양산 쓴 남자 확대 운동대’ 활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남성 공무원들이 자진해서 양산을 쓰고 출퇴근하면서 다른 남성들도 남 눈치 보지 않고 양산을 쓰도록 유도하는 운동이다. 일본에선 이미 2013년부터 양산 쓰는 남자가 등장했다. 같은 해 ‘양산남자(洋傘男子 히가시단시)’라는 단어가 한 출판사가 선정하는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현청 직원들은 올해도 '남자 양산 쓰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사진 트위터]

일본 사이타마현 현청 직원들은 올해도 '남자 양산 쓰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사진 트위터]

남성 양산 예찬론의 배경에는 생각보다 큰 ‘양산 쓰기’ 효과가 있다. 양산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의 체감온도 차이는 무려 섭씨 8도에 이른다. 모자를 쓰는 것보다 3배 이상의 햇볕 차단 효과가 있다. 게다가 자외선은 탈모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요즘처럼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거리를 10분만 걸어도 정수리 부분이 가장 먼저 뜨거워진다. 탈모를 고민하는 남성들이야말로 꼭 양산을 써야 하는 이유다.  

지난 7월 15일 질병관리본부는 “7월 8~14일 온열 질환자가 180여명 발생, 직전 주 대비 3.5배 급증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남성 고령자일수록 온열 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가운데 남성이 324명(80.1%), 40세 이상은 294명(73%)으로 집계됐다. 야외 활동을 하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모자·선글라스·양산 등을 이용해 햇볕을 가리는데 적극적인 여성에 비해 남성의 대응이 안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쇼핑몰에선 심플한 디자인과 색을 내세운 남성용 양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 라쿠텐 홈페이지]

일본 쇼핑몰에선 심플한 디자인과 색을 내세운 남성용 양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 라쿠텐 홈페이지]

실제로 최근 양산 판매율은 증가세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7월 19일 기준 잡화 베스트 상품 1위에 ‘양산’이 랭크됐다. 7월 1일부터 18일까지 ‘양산’ 검색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특히 남성 고객들이 많이 찾는 ‘우산 양산 겸용’ 제품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7월 1일부터 18일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양산을 구매한 남성 고객은 9%, 우산 겸용 양산을 구매한 남성 고객은 160%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7월 14일~18일 5일간 양산 매출이 44.7% 신장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잡화 여성 부문 김시환 팀장은 “폭염으로 선글라스·모자보다 몸 전체를 가려주는 양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주로 40대 이상 여성 고객이 양산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2030 젊은 고객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남자 양산'을 검색어로 넣으면 무려 7000여개의 상품이 등장한다. [사진 G마켓 홈페이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남자 양산'을 검색어로 넣으면 무려 7000여개의 상품이 등장한다. [사진 G마켓 홈페이지]

양산을 찾는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해지면서 기존에 ‘양산’하면 떠올랐던 레이스 소재, 꽃무늬 디자인 외에도 다양한 스타일의 양산이 주목받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SNS에는 양산 편집숍이 등장하기도 했다. ‘위 헤이트 유브이(we hate UV) 박정현 대표는 “장마 이후 본격 더위가 시작되면서 양산 주문량이 늘어났다”며 “여전히 구매자의 90%는 여성이지만, 약 10% 정도가 남성 구매자”라고 밝혔다. 이 숍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양산은 단색의 남녀 공용 제품으로 마치 우산과 비슷한 단순한 색과 디자인에 3단으로 접히는 실용적인 제품이다.

유니섹슈얼 양산을 소개하는 양산 전문 셀렉트숍 '위 헤이트 UV'의 모델 사진들. [사진 위 헤이트 UV 인스타그램]

유니섹슈얼 양산을 소개하는 양산 전문 셀렉트숍 '위 헤이트 UV'의 모델 사진들. [사진 위 헤이트 UV 인스타그램]

양산을 쓰는 것이 어색해 우산을 대신 쓰는 남성들도 있지만 이는 그다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산은 방수 효과를 우선하고 양산은 UV 차단 효과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양산은 우산과 달리 자외선을 차단하는 UV 코팅이 기본이다. 양산 겸용 우산인 양우산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것은 양산보다는 양우산의 자외선 차단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전기용품및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은 우산·양산 겸용 제품은 자외선 차단율 90% 이상, 양산은 8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산을 구매할 때는 흰색보다 검은색을 구매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 바로 지열 때문이다. 여름 한낮에는 내리쬐는 태양볕도 문제지만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만만치 않다. 흰색 양산은 지열을 반사해 양산을 쓴 사람에게 전달하는 반면, 검은색 양산은 지열을 흡수해 우산 밑 온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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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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