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동 거는 방법 알려주던 자동차 광고, ‘마이카 시대’ 열다

중앙일보

입력

문희철의 車브랜드 스토리⑨포드자동차

자동차만큼 일상을 바꾼 발명품이 있을까요.

자동차는 인간의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인류는 자동차가 굴러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깔았고, 길목마다 도시를 만들었죠. 이동성의 자유는 무역을 활성화했고, 여기서 수많은 직·간접적 산업이 태동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누구나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일상을 잠시 벗어날 기회를 얻은 건 덤이죠.

이처럼 누구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건 미국 포드자동차 덕분입니다. 기존에도 독일 등에서 자동차가 존재하긴 했지만, 너무 비싸서 아무나 쉽게 살 수 없었습니다. 일반인들은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자동차를 집집이 한 대씩 가질 수 있는 대중적인 제품으로 바꿔놓은 인물이 헨리 포드입니다. 당시 최고가 차량보다 10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차량인 모델T를 선보였기 때문이죠.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처음 발명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헨리 포드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 제조에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사진 포드자동차]

헨리 포드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 제조에 도입한 컨베이어 벨트. [사진 포드자동차]

1920년대 포드자동차 광고를 보면 자동차 대중화의 시초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흑백 TV가 대중화했던 당시 포드차는 모델T 광고모델로 다수의 대중을 등장시킵니다. 처음에는 홀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나죠. 곧이어 젊은 남성이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운전하는 장면이 나왔다가, 중년 여성, 그리고 중후한 노인이 운전대를 잡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동차라는 의미입니다.

요즘 자동차 광고는 대부분 셀럽(celebrity·유명한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에는 이처럼 다양한 계층의 일반 서민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사치품이 아니라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죠. 당시 광고 카피도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열다(Put America on wheels)’였습니다.

대중화 시대를 개막한 포드인 만큼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달랐습니다. 당시 포드차는 이동수단이라는 자동차의 기능성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예컨대 광고에서는 이런 대사가 등장합니다: “이동 시간이 줄어들면서 친구와 소중한 이들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죠(By saving time in covering distances, I bring a closer relationship among friends and dear ones).”

저렴한 가격(295달러)을 강조한 포드 모델T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저렴한 가격(295달러)을 강조한 포드 모델T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또 시동을 거는 방법이나 브레이크를 밟는 방법을 소개해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한 광고지만, 당시에는 더 많은 대중에게 자동차 사용법을 알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포드자동차의 노력 덕분에 미국에서는 이른바 ‘마이카(my car)’ 시대가 개막합니다.

모델T부터 머스탱까지…대중차 시대를 개척하다

1960년대 이후 자동차는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일을 표현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제 포드도 어떻게 시동을 거는지 광고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일을 보여주게 되죠.

1960년대 포드자동차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1960년대 포드자동차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예컨대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 등장했던 포드의 선더버드는 지금도 미국의 경제 부흥기를 대표하는 차종입니다.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탔던 자동차였던 이 차는 총 1만6155대가 팔리면서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습니다.

1968년 포드 머스탱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1968년 포드 머스탱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최근 한국에서도 6세대 모델이 선보인 머스탱은 근육질 마초와 같은 남성성이 유행이었던 당시 남성들의 로맨스를 대표하는 차량입니다. 당시 머스탱 광고를 보면 여성들에게 호감을 사려는 남성이 머스탱을 타고 등장하거나, 노신사가 유려하게 머스탱을 몰고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의 로맨스를 잘 보여주고 있죠.

포드의 Built Ford Tough 캠페인. [사진 포드자동차]

포드의 Built Ford Tough 캠페인. [사진 포드자동차]

1990년대에는 또 분위기가 좀 달라집니다. 이때부터 미국에서는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때맞춰 포드자동차는 ‘포드를 터프하게(Built Ford Tough)’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냉정 이후 세계 초강대국으로 올라선 미국의 강인함을 자동차로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때 광고는 주로 포드의 대형 차량이 언덕이나 장애물을 돌파한다거나 대자연의 험로를 주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포드는 자사의 차량이 충돌에도 안전하고 고장이 덜 나거나 오프로드에서 주행 능력이 훌륭하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터프함을 강조한 포드의 NFL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터프함을 강조한 포드의 NFL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1990년대 포드가 출시한 대형 SUV 익스플로러가 이를 대표하는 모델입니다. 소형 픽업트럭(레인저)에 적재함 대신 2열 시트와 지붕을 얹은 SUV라는 장르를 최초로 개척한 제품이었습니다. 익스플로러는 제품명에서 드러나듯 거친 대자연에 맞서는 강인한 탐험가의 이미지였습니다. 익스플로러는 출시 1년 만에 미국에서 14만 대를 판매했고, 이듬해에는 판매량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글로벌 대형 베스트셀링 SUV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 강조하는 메시지도 달라지는 법입니다. 1990년대 광고가 ‘터프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편안하고 단란한 가족여행에 방점을 찍습니다. 그만큼 사회 분위기가 가족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가능하죠.

가족의 이미지를 강조한 포드의 익스플로러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가족의 이미지를 강조한 포드의 익스플로러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당시 광고에는 가족들이 자동차를 타고 즐겁게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나, 일상에서 이웃을 배려하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또 연비 등 실용성과 경제성을 강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한때 남성성이나 성능만 강조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가족의 이미지를 강조한 포드의 익스플로러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가족의 이미지를 강조한 포드의 익스플로러 광고. [사진 포드자동차]

올해 등장한 6세대 머스탱 광고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기존 머스탱이 ‘머슬카’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2018년식 머스탱은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스포츠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포드자동차는 신형 머스탱을 이웃을 배려해서 소음을 줄이는 기능이나 달라지는 색상·디자인 등 이웃을 배려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차량으로 소개합니다. 이처럼 포드자동차는 대중들이 원하는 시대적 요구를 자동차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