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마이 프레셔스 데이터

중앙선데이

입력 2018.07.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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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호 35면

서경호 논설위원

서경호 논설위원

금융회사 창구에서 펀드나 보험에 가입하려면 일단 머리부터 복잡해진다. 개인 여건이나 투자 목적에 맞는지 따지는 적합성 원칙은 지켰는지, 충분한 설명은 들었는지, 펀드상품 투자설명서는 받았는지 등 하나하나 체크하고 사인하며 고개 몇 개는 넘어야 한다. 소비자가 금융상품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가입하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는 소비자에게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공시할 의무가 있어서다. 특히 사고가 터지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이는 결국 과잉규제로 이어지곤 한다. 해킹 사고 탓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규제가 도입됐고, 이는 빅데이터 발전에 질곡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는 뭉텅이 정보를 소비자에게 억지로 떠먹이지만 귀찮고 시간이 걸려서 대충 넘어가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가 외려 소비자 판단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상품 구조뿐만 아니라 개인의 금융상품 이용 패턴까지 잘 이해하는 비서가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금융위원회가 엊그제 발표한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은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새로 도입되는 마이데이터 산업은 은행·카드·통신회사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해주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본인 신용정보 관리업’이다. 자기 정보의 결정권을 더 적극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마이데이터(MyData)’다. 예금·카드·대출·보험·주식·펀드 관련 자신의 신용정보를 통합 조회할 수 있고 맞춤형 자산관리 자문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의 표현대로 ‘내 손안의 금융비서’가 생기는 셈이다. 비서의 도움을 받으면 은행 등 금융회사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해 미국의 마이데이터 관련 업체 상위 5곳의 매출은 66억 달러에 달했고 이들은 1만3000명을 고용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골룸처럼 말하자면 ‘마이 프레셔스(precious·귀중한) 데이터’인 셈이다.

규제하기 좋아하는 금융 관료의 머리에서 새로운 산업의 청사진이 나왔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모쪼록 국회 입법화는 물론, 도입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일까지 금융위가 책임지고 이끌었으면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시작은 창대했지만 국회를 핑계로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마무리를 제대로 못 하는 금융위의 고질(痼疾)을 이번에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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