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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석탄 밀매 의심 선박···오늘도 한국영해 운항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북한산 석탄 밀매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들이 20일에도 한국 영해에서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조사가 늦어지면서 증거 부족으로 억류가 불가능한 가운데 의심 선박들은 자유롭게 운항하고 있는 상황이다.

美 국무부는 "北정권 지원하면 안돼" 경고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스카이 에인절호’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한국 영해인 포항과 영덕 사이 10㎞ 앞바다를 12.1kn(노트)로 지나고 있었다. 이 배는 지난 17일 중국 바이취안 항구를 출발했고, 22일 오후께 러시아 나홋카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스카이 에인절호는 지난해 10월부터 북한산 석탄을 싣고와 7차례에 걸쳐 인천ㆍ울산항 등에 하역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북한산 선탄을 싣고 한국 항구를 드나든 ‘리치 글로리호’도 이날 같은 시간 제주도 북동쪽 20㎞ 해상에서 운항 중이었다. 이 배는 18일 일본 히가시하리마 항구를 출발, 중국 장인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전문가 패널이 지목한 카이샹호와 스카이 레이디호도 최근까지 수차례 한국에 입항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마린 트래픽(Marine Traffic)'에 따르면 북한 석탄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리치 글로리호'(왼쪽)와 스카이 엔젤(오른쪽)호가 20일 오후 각각 제주도와 포항 인근 영해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마린 트래픽=연합뉴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마린 트래픽(Marine Traffic)'에 따르면 북한 석탄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리치 글로리호'(왼쪽)와 스카이 엔젤(오른쪽)호가 20일 오후 각각 제주도와 포항 인근 영해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마린 트래픽=연합뉴스]

 이 배들에 대해선 한국 항구에 입항하더라도 증거가 부족해 억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뿐 아니라 이 배들의 기착지·도착지인 일본 등도 억류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입항도 아닌 영해를 지나고 있는 상황에선 물리적으로 해군력을 동원할 근거도 없다. 지난해 8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371호는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12월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북한산 석탄 밀매에 연루된 선박이 입항하면 억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가 패널이 의심된다고 지목한 배라고 해도, 중국 등에선 북한산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북한산 석탄이라는 것을 석탄 성분 분석만으로는 알기가 어렵고, 주변의 정황과 진술을 확인해야 하는데 조사가 쉽지 않다. 정부는 조사에 속도를 내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계속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현재 북한의 정유제품과 석탄 밀매에 관여한 배 3척을 억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사 입항 논란과 관련 외교부는 “필요할 경우 반입자 처벌도 이뤄질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이날 미 국무부는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된 것과 관련해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할 것이 요구되며, 우리는 모든 나라가 계속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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