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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빙그레 감독 김영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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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뛰어난 용병술, 자로 잰 듯 세밀한 정석 야구를 구사하는 빙그레 김영덕 (52) 감독. 그는 분명 집념의 승부사다.
플레이오프에서 창단 3년의 빙그레가 삼성에 3연승을 올리고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것도 그의 탁월한 용병술의 개가다. OB·삼성을 거쳐 빙그레로 옮겨와 또다시 세찬 바람을 일으킨 「김영덕 야구」의 비결은 무엇일까.
-모든 면에서 열세로 평가되던 빙그레가 삼성에 3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 컨디션 조절의 성공이다. 코칭 스태프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고 사실 운마저 따라주었다.
나는 플레이오프에 앞서 선수들에게 세 가지를 지시했다. 「삼성의 최장점인 타격을 봉쇄하고 수시로 견제하며 타자 주자를 2루로 보내서는 절대 안 된다」가 그것이다.
우리는 4박5일간의 합숙 훈련에서 그동안 삼성전의 자료를 정밀 분석해 경기에 임했다. 포수 유승안이 이 자료를 십분 이용해 좋은 리드를 한 것도 승리의 큰 원동력이었다.
-1∼3차 전에서 승부의 분수령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 1차 전은 1-0으로 리드하던 7회 초 1사3루의 위기에서 삼성 6번 구윤의 3루 땅볼 때 3루 주자 이만수가 아웃되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이만수의 주루 미스가 삼성의 패인이었다.
2차 전은 김성길을 선발로 예상했으나 김시진이 등판하면서 자신을 얻었다. 1패를 당한 삼성이 에이스 김시진을 내세운 것은 배짱이 두둑하지 못하고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갖고있는 김시진을 더욱 위축시킨 것이다.
3차 전은 초반 득점 기회를 놓쳐 불안했다. 7회 초 2사 만루에서 9번대 타 송일섭이 사구에 의한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뽑으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이 1점은 삼성에 큰 바위같이 무거운 1점이었다.
-페넌트 레이스와 플레이오프의 경기 운영에 어떤 차이를 두는가.
▲ 페넌트 레이스에는 가급적 많은 투수에게 등판 기회를 주지만 단기전에서는 투수 교체를 과감히 한다. 삼성이 3연패한 것은 게임마다 투수 교체가 한발씩 늦었기 때문이다.
-1차전에서 이기면 가능성이 있다고 경기에 앞서 강조해왔는데.
▲ 1차 전이 결승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한국 시리즈나 플레이오프는 82년 OB와 삼성의 무승부를 제외하고 모두 1차 전을 이긴 팀이 우승했다.
이 같은 결과가 1차 전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것이다.
-야구에 대한 특별한 신조 같은 것이 있는가.
▲ 남보다 앞서고 각광받는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야구에 미쳐야한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한다. 나는 경기의 결과에 대해 절대 탓하지 않는다. 아웃카운트를 착각하거나 사인미스, 수비 커버 등을 하지 못한 선수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 또 야구는 팀 플레이가 첫째다.
-빙그레 돌풍에는 코치진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있는데.
▲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나의 생활신조다. 코칭 스태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한 덩어리가 되고 여기서 「인간적인 맺음」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덕분으로 좋은 코치 진과 함께 야구를 하게된 것이다.
-취미는 무엇인가.
▲ 우스운 대답일지 모르지만 나의 취미는 야구뿐이다. 하루에 3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지만 86년 삼성 감독 때 한국 시리즈에서 해태에 1승4패 후 담배를 끊어버렸다. 골프를 권하지만 야구를 하는 한 골프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쓸데없는 구설수에 오르기 때문이다.

<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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