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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신형 로봇, 드라마 속 학살 병기 닮았다?...미래 예측한 '블랙 미러' 어떤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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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MIT는 지금 당장 ‘블랙 미러’를 봐야 한다!”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연구자들이 이달 초 '블라인드 로봇'이란 이름의 신형 로봇을 공개하자 네티즌들은 광분하며 이런 반응을 쏟아냈다. 로봇의 움직임이 SF 드라마 ‘블랙 미러’ '메탈 헤드'편에 나오는 ‘로봇 개’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추적해 잔인하게 학살하는 드라마 속 로봇 개가 상용화되면 “인류는 모두 죽는다”며 연구자들에게 '블랙 미러'를 볼 것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https://goo.gl/BiK5UV

#장면2 
한스 로보틱스에서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TV 시리즈로 ‘블랙 미러’를 꼽았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 최초 시민권을 받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미래와 첨단기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드라마 ‘블랙 미러’(2011~, 넷플릭스)다. 시즌4까지 나온 이 작품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기술 발전이 가져올 인류의 변화를 탐색한 옴니버스 시리즈다. 기술에 대한 인류의 근원적 공포를 기발한 스토리텔링과 금기를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풀어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블랙 미러 같다’( “That’s very Black Mirror!”)는 말이 형용사로 쓰일 정도인데,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2011년 영국의 한 채널에서 3개의 에피소드로 작게 시작한 이 시리즈는 어떻게 전 세계를 매료시킬 수 있었을까.

SF 옴니버스 드라마 '블랙 미러'의 시즌4 첫번째 에피소드 'USS칼리스터'의 한 장면. 이 작품은 올 해 에미상 텔레비전 무비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 넷플릭스]

SF 옴니버스 드라마 '블랙 미러'의 시즌4 첫번째 에피소드 'USS칼리스터'의 한 장면. 이 작품은 올 해 에미상 텔레비전 무비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 넷플릭스]

◇미래 기술의 전시장    

휴대전화나 TV 등의 검정 디스플레이를 뜻하는 ‘블랙 미러’는 최신 기술이 총출동하는 화려한 무대다. 드라마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바이오센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각종 첨단 기술을 맛 볼 수 있다. 예컨대 2018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피자헛이 무인 피자 배달 차량을 공개했는데, ‘블랙 미러’ 시즌4(2017)에 먼저 등장한 아이템이었다. 미국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뇌에 작은 전극을 이식하는 '신경 레이스'(neural lace)를 개발 중인데, 인간의 의식을 전송하는 것 역시 ‘블랙 미러’의 중요한 테마다. 스마트렌즈로 일상에서 AR, VR을 구현하는 기술도 '블랙 미러'에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테크 트렌드, 미래의 일자리, 기술이 바꿀 사회 구조 등을 다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 얼리 어답터를 사로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2018 CES에서 공개한 피자헛 무인 배달 차량. '블랙 미러'에도 등장했다. [사진 피자헛 트위터]

2018 CES에서 공개한 피자헛 무인 배달 차량. '블랙 미러'에도 등장했다. [사진 피자헛 트위터]

◇ 스토리의 첨단, 크리에이터의 꿈.      

 ‘블랙 미러’의 인기는 특히 창작자들 사이에서 유별나다. SF의 대가인 스티븐 킹은 시즌 초반부터 찬사를 보냈고, 배우 조디 포스터는 팬을 자임하다 아예 연출로 참여했다.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으로 올 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받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히치콕의 영화와 ‘블랙 미러’를 섞은 느낌의 차기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에선 가수이자 제작자인 윤종신이 ‘블랙 미러’의 팬이다.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장재인의 ‘버튼’을 작사, 작곡했다.

팟캐스트 ‘월간 윤종신-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에서 7월의 작품으로 ‘블랙 미러’를 꼽았는데, 이 방송에 출연한 임필성 영화감독은 “만드는 사람들이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쏟아낸다. 한 편, 한 편 영화로 제작할 수준인데, 스토리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1세기 ‘환상 특급’을 표방한 ‘블랙 미러’는 시즌1이 나왔던 2011년부터 창작자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미래 기술을 이야기에 깊숙이 침투시켜 전통적인 서사를 비틀고 전에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시즌3부터 넷플릭스가 제작하면서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연말 공개한 시즌4는 게임 속으로 들어간 인간,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의 뇌에 GPS를 심은 엄마, 시스템으로 짝을 매치하는 미래 사회의 연인들, 모든 기억을 저장하는 시스템으로 무너지는 인물 등을 다뤘다.

'블랙미러' 시즌3의 '추락'. SNS 평점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미래 사회를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3의 '추락'. SNS 평점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미래 사회를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 철학 텍스트로 유효한 작품 

사실 ‘블랙 미러’가 더 깊이 소비되는 이유는 기술보다 기술을 손에 쥔 인간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스토리 설계자인 찰리 부르커는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말했다. 발전된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위협하거나 바꿀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을 복제할 수 있을까, 복제된 의식도 인권이 있나, 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 때,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부활시킬 수 있을까,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등 인간 본성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블랙 미러' 시즌4 마지막 에피소드 '블랙 뮤지엄'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블랙 미러' 시즌4 마지막 에피소드 '블랙 뮤지엄'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미국과 영국에선 이미 ‘블랙 미러’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한 철학학술지는 ‘블랙 미러’만을 대상으로 주제별 논문공모를 받고 있을 정도다. ‘블랙 미러’를 연구하는 이원진 철학박사는 “이 작품은 근 미래에 벌어질 문제를 웬만큼 다 짚어낸다. 기술이 만들 디스토피아적 상상 속에서 인간의 본성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결국 미래에는 인간의 사유능력이 더 중요해질 거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진 박사는 다음 달 4일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이 만든 ‘블랙미러로 철학하기’ 모임 ( https://goo.gl/AwrdaA ) 의 연사로 나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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