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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재인 정부 시장 개입,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강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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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문재인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거 노무현 정부보다 훨씬 강하다”며 “재벌의 경제력집중과 지배구조 등은 정부가 함부로 관여해선 안 된다”라고 밝혔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인터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폐청산이라는 칼을 들고 휘두르기만 할 뿐 공동체가 시스템을 갖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간과하고 있다.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 역시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또 “자영업자의 비율이 30% 안팎인 한국적 상황에서 급속한 최저임금 상승은 부작용만 낳는다”며 “한국의 산업기반을 무시한 채 외국이론을 그대로 가져다 쓴 소득주도성장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비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자율을 강조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 역시 과거 국가 주도형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노무현 정부 때도 최저임금을 고려했지만, 우리가 감당할 체력이 부족해 뒤로 돌렸다. 재벌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경제력집중과 지배구조 등은 결국 그 회사의 투자자나 채권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봤다. 대신 대기업과 하청업체간의 불균형, 갑질 등 공정거래만큼은 철저히 칼을 들이댔다. 근데 지금은 정부가 지배구조에도 심하게 칼을 대는 건 물론, ‘삼성이 20조원을 나누면…’과 같은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 국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오판이자 착각이다.
2006년 7월 청와대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병준 교육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7월 청와대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병준 교육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장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브레인이었는데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됐다. 이른바 ‘전향’ 아닌가.
어디가 옳고 딴 쪽이 그르다면 그런 말을 쓸 수도 있겠지. 근데 현재 한국 정당 중 멀쩡한 곳이 있나. 다 고장 났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과 진 정당이 있을 뿐이다. 가치정당ㆍ정책정당으로서의 틀을 갖추지 못한 건 여야가 마찬가지다. 특히 더 망가진 곳을 고쳐야 반대편도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는다. 경쟁 구조를 만들어야 긴장감이 살아난다. 진영논리, 계파싸움에 빠지지 않고 정책경쟁을 하자는 것이 바로 노무현의 꿈이었다.
이번 비대위원장도 그렇지만,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총리직을 수용한 것도 의외였다.
난 기본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가까이 보면서 ‘대통령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대통령 권력? 피라미드가 아니라 바람 한번 불면 휘청거리는 ‘역삼각형’이다. 헌법적 의무와 국민적 기대는 높은데, 실제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장관 자르고 누구 감옥 가게 하는 걸로 대통령 힘이 세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산업구조를 개선하거나 패러다임을 흔드는, 큰 물줄기를 바꿔야 하는데 대통령이라도 이런 건 전혀 손도 못 댄다. 왜? 개인만 있어서다. 집권을 이어갈 수 있는, 당은 없는 후진적 정당정치 때문이다. 그러니 집권하고 3년만 지나면 독박은 대통령이 지게 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로 문재인대통령의 취임 축하난을 가져온 한병도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았다. 변선구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로 문재인대통령의 취임 축하난을 가져온 한병도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았다. 변선구 기자

그래도 여전히 헷갈린다. 김 위원장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그런 언어를 피하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보자. 문재인은 국가주의적 진보다. 반면 박원순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공동체주의적 진보다. 전혀 다르다. 그걸 무시하고 무작정 한군데로 묶으면 나는 답 못한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나에게 한 말이 있다. ‘난 투쟁의 정치를 했다. 그런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이만큼 시민사회가 성장했고, 사회가 다원화됐다면 투쟁의 정치를 버리고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희의 성공신화’란 표현을 썼다.
여러 논박이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외국인의 직접 투자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정경유착 등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하여튼 대한민국이 남미와 다른 길을 갈 수 있었고 기업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었다. 나름의 자기 철학을 갖고 국가경영을 했다. 보릿고개를 넘게 했다.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최근 최저임금 등이 논란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데 없다고 하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7% 성장을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표를 얻기 위한 거라고 사과하고 수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하려면 우선 30%의 육박하는 자영업자의 비율을 줄여야 한다. 산업구조조정은 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급속히 높이는 건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를 살리려면 우선 일자리를 만들 신산업정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 근데 왜 안 나올까. 현 정부가 노조와 타협이 안 되기 때문이다. 노동의 구조조정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단편적 정책만 내놓아봤자 (경제는) 계속 겉돌 게 뻔하다.
2006년 교육부총리 낙마, 2016년 총리 낙마 등 관운은 없다는 평가다.
공식 발표 말고 경제부총리, 감사원장 등 비공식적으로 최종 후보로 거론만 것을 따지면 훨씬 많다. 난 내 주장이 강하다. 진영이나 계파에 들어가 따뜻하게 있질 못하다. 그러니 나를 불편해하지 않겠는가. 누가 그러더라. 찬바람 불어야, 코너에 몰려야 김병준을 찾는다고.
청와대 정책실장 등 공직을 했지만, 현실 정치엔 어둡지 않나.
세상 도처가 정치다. 내가 대학에 오래 몸담았는데 학교 정치가 보통이 아니다. (웃음) 그리고 과거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정책실이 국회와의 소통 창구였다. 의원들을 만나 입법 로비도 많이 해봤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사무총장에 김용태 의원(왼쪽)을, 비서실장에 홍철호 의원을 임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사무총장에 김용태 의원(왼쪽)을, 비서실장에 홍철호 의원을 임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엔 어떤 메스를 대야 하나. 
당협위원장 교체는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다. 그 카드를 쓰기 전에 우리 스스로 해야 할 것은 국가주의가 옳으냐, 아니면 자율주의로 가느냐 논쟁하고 방향을 정하는 거다. 그에 따라 정책을 바꾸고, 당헌·당규를 고쳐야 한다. 그래도 끝까지 박정희 시대 국가주의 정책이 맞는다고 한다면? 그건 내가 같이할 수 없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사무총장으로 3선의 김용태 의원을,  비서설장으로 재선의 홍철호 의원을 임명했다. 둘 다 비박계 복당파다.

최민우ㆍ성지원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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