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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전격Z작전'...스마트폰으로 부르면 달려오는 자율차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호출하고 있다. [사진 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호출하고 있다. [사진 ETRI]

“차량을 현재 위치로 이동하겠습니다.”

1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민경욱 책임연구원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개발을 마친 자율주행차 ‘ITE  카’롤 음성으로 호출했다. 2분 후 자율주행차가 민 연구원 앞에서 멈췄다. 스마트폰 앱에선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차량에 탑승해 주세요”라는 안내음성이 들렸다. 차량에 올라선 민 연구원이 “ITE 카 출발”이라고 말하자 앱으로 미리 입력한 목적지로 자율주행차가 움직였다. 교차로에 임시로 설치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자 차량이 멈췄다. 갑자기 끼어든 차량을 발견하곤 자율주행차도 속도를 줄여 멈춰섰다.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의 한 장면. 손목에 찬 시계로 자동차 키트를 부르면 주인공에게 달려왔다.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의 한 장면. 손목에 찬 시계로 자동차 키트를 부르면 주인공에게 달려왔다.

ETRI는 이날 국내 전기차 생산기업 아이티엔지니어링과 손잡고 모바일로 호출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및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만든 2인승 소형 전기차에 ETRI가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했다. 차량 바디엔 카메라 2대와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라이다(레이저를 활용한 센서)를 부착했다. 바퀴엔 속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달았다.

ETRI 연구원이 자율주행차 내부에서 자율차 센서 등 연구장비를 시험하고 있다. [사진 ETRI]

ETRI 연구원이 자율주행차 내부에서 자율차 센서 등 연구장비를 시험하고 있다. [사진 ETRI]

ETRI가 선보인 자율주행차는 도로변 환경을 인식해 정밀지도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차량이 움직이면 오차범위는 10㎝ 수준에 주변 신호등과 위험물을 장착된 지도에 기록한다. 이와 달리 기존 자율주행차는 미리 탑재된 지도를 기반으로 목적지까지 움직인다. 최정단 ETRI 자율주행시스템연구그룹장은 “호출자가 모바일을 통해 차량 내 탑승자가 없는 빈 차를 불러 자율주행을 하는 사례는 처음”이라며 “라이다와 카메라에서 읽어 들인 센서정보를 바탕으로 탑재된 정밀지도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는 게 핵심기술”이라고 말했다.

시연에 성공한 자율주행차 기술은 레벨 3~4단계로 분류된다. 자율주행 3단계에선 스쿨존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아이가 차량 앞에 갑자기 끼어드는 등 돌발 상황에선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 이와 달리 4단계는 주행 중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

여기에 더해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전력 소모도 줄였다. ETRI가 선보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노트북 두 대 수준인 100W(와트) 이하로도 운행이 가능하다. 최 그룹장은 “차량 제어 및 상황 판단을 비롯해 현 위치ㆍ신호등ㆍ보행자 등 사물 위치를 인식할 저전력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며 “전력 소모가 많은 전기차에도 장착할 수 있게 만든 게 특징이다”고 말했다. 새로 발견된 기술은 무인 택시 등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무인차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격 Z 작전에 등장하는 무인차 키트가 현실이 된 셈이다.

ETRI는 딥 러닝 등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등에서 얻은 도로 특징과 실시간 교통 정보 등 관련 빅데이터를 자율주행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과 기업에 개방할 계획이다.

지난 2월 SK텔레콤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화성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에서 2대의 5G자율주행차가 교통정보를 주고받는 협력운행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양자 등에 집중 투자해 미래 먹거리로 전환할 준비를 마쳤다. [사진 SK텔레콤]

지난 2월 SK텔레콤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화성 자율주행 실험도시 케이-시티에서 2대의 5G자율주행차가 교통정보를 주고받는 협력운행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양자 등에 집중 투자해 미래 먹거리로 전환할 준비를 마쳤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과 KTㆍ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경쟁하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올해 2월 경기도 화성시 ‘케이-시티’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서로 소통하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협력 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KT는 지난 평창 올림픽 기간 중 자율주행 버스 시험 주행을 마쳤다. SK텔레콤은 지형ㆍ지물을 센티미터 단위로 표시할 수 있는 HD 맵을 구축하는 등 자율주행 통신 플랫폼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LG유플러스는 5G 망을 활용한 원격 운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버스 일반 도로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 버스는 KT가 구축한 관제소 무선통신망을 활용해 스스로 차량 위치와 운행 정보 등을 주고 받는다. [사진 KT]

KT는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버스 일반 도로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 버스는 KT가 구축한 관제소 무선통신망을 활용해 스스로 차량 위치와 운행 정보 등을 주고 받는다. [사진 KT]

자율주행차 기술 진보에서 통신이 필수 서비스로 떠오르며 통신사와 자동차 업체 간 경계도 사라지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바이두(百度)와 손잡고 차량용 인공지능(AI)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해외에선 IT 기업인 구글ㆍ애플을 비롯해 차량 공유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되는 우버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정태경 차의과대 데이터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통신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기술이었다면 5G 상용화가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자동차 등 사물과 사물을 이어주는 통신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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