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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국가배상 책임 인정…희생자 가족에 6억원대 배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좌현을 바닥에 대고 누워있는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완료 되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좌현을 바닥에 대고 누워있는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완료 되었다. [중앙포토]

"세월호가 전도되기 시작한 4월 16일 오전 8시 48분부터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된 10시 31분경까지 다른 사고에 비하여 훨씬 긴 시간 동안 공포감에 시달리다가 사망해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부장 이상현)가 선고를 읽자 방청석은 조용히 훌쩍였다. 희생자 118명의 가족 357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의 불법행위 책임을 물으려 낸 소송이 2년 10개월만에 첫 결론을 내리는 날이었다. 2014년 4·16 참사 후 4년 3개월만이다.

희생자 가족에 6억원대 손해배상금  

재판부는 국가와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 가족당 6억원대의 손해배상금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희생자들이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성인이 된 뒤 벌 수 있었을 수입(일실수입)과 희생자 본인에 대한 위자료, 가족들에게 지급되는 위자료를 포함한 금액이다.

재판부는 희생자 1인당 위자료를 2억원으로 책정했다. 일실수입은 희생자의 생일·성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노임 단가를 반영해 3억7000만~3억8000만원정도로 계산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희생자 대부분은 고등학생이었다"며 "희생자들이 60세까지 보통 도시일용노임의 소득을 얻었을 수 있을 걸로 보고 일실수입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위자료와 희생자의 일실수입은 부모·형제·배우자 등에게 상속된다.

가족들에게 지급되는 위자료는 편부모 여부, 양육 기간 등을 고려해 많게는 8000만원, 적게는 500만원으로 책정됐다. 배우자의 경우 8000만원, 친부모의 경우 각 4000만원, 자녀일 경우 2000만원, 형제자매나 함께 사는 할머니·할아버지의 경우 1000만원, 함께 살지 않는 할머니·할아버지라면 500만원이다.

국가와 청해진해운의 과실 책임 인정 

청해진해운 임직원·선원·선장, 해경123정 정장 등은 앞서 열린 형사재판에서 업무집행상 과실 등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이를 언급하며 "우리 민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청해진해운의 과실 그리고 대한민국, 해경123정 정장의 과실로 이 사고 사건이 발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족 수십여명은 이날 노란 조끼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선고 전부터 말없이 기다리던 부모들은 재판부가 "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시켜 복원력이 상실되는 이례적인 사고를 야기했고,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에 대기할 것을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하였으며…"라고 선고 이유를 읽자 한숨과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보상심의위가 정한 금액보다 많아 

이번에 소송을 낸 유족들은 4ㆍ16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가 지급하겠다던 배상금 4억2000만원(단원고 학생 기준)과 국비 위로금 5000만원(국민성금에 의한 위로지원금 2억5000만원 별도)을 받지 않았다. 지난 2015년 9월에 "돈 받고 끝내라? 그럴 수 없습니다"로 시작하는 입장문을 낸 뒤 소송을 시작했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정부와 기업의 위법 행위와 책임을 직접 드러내겠다"는 목표였다.

유족들 "판결로 위법 행위와 책임 드러낼 것" 

단원고 고(故) 유예은 양의 아버지이자 4·16 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유경근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판결문에 무슨 잘못이 어떻게 기록되고 명시되는지 채워나갈 것이고 완성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유씨는 "태국 동굴 소년이 구조되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한동안 고개를 돌린 채 울음을 참았다. 유씨는 "자녀들의 생사를 애틋하게 기다리며 마음졸였을 그 부모들 생각하면 '아, 이제 그 마음이 좋아졌겠구나' 하는 생각에 같은 엄마, 아빠로서 기뻤다. '태국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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