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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보물선 발견’ 신일그룹, 자본금 1억에 설립 50일 된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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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홈페이지 캡처]

[사진 홈페이지 캡처]

150조원 규모의 해저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밝혀 보물섬 테마주로 지목된 철강업체 제일제강의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2시경 코스닥 시장에서 상한가까지 치솟던 제일제강은 18일 다시 6% 가까이 하락한 채 마감했다. 이런 가운데 제일제강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류상미 신일그룹 대표의 신일그룹은 설립된 지 50일밖에 되지 않은 신생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류상미씨는 신일그룹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신일그룹은 지난 6월 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류 씨를 비롯해 김필현·손상대·김해래 씨가 주주로 등록돼 있다.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제일제강은 18일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다”는 공시에 다시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경에는 3560원까지 추락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보물선 인양 사업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풍문을 유포하는 경우 불공정 거래 행위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 그룹”이라고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회사는 신일그룹과 신일돈스코이호거래소 2개 회사 뿐이며, 모두 올해 들어 설립됐다. 신일그룹이 홈페이지에서 계열사로 소개한 신일건설산업, 신일바이오로직스, 신일국제거래소, 신일골드코인 등은 법인 등록이 돼 있지 않다.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하는 신일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등록되어 있다. 이 역시 설립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제일제강 인수 건도 신일그룹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류상미 대표와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제일제강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제일제강은 “신일그룹의 최대주주 최준석은 최용석, 류상미씨 등 개인들과 지난 5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며 “동 계약이 완료되면 최용석은 9.60%, 류상미는 7.73%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고 공시했다.

신일그룹이 홍보영상을 통해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 신일 측은 15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신일그룹]

신일그룹이 홍보영상을 통해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 신일 측은 15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신일그룹]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여했다가 일본군 공격을 받고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에는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의 금화와 금괴 약 5500상자(200여t)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았다.

신일그룹은 수년 전부터 돈스코이호 탐색에 나선 끝에 지난 15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울릉도에서 인양한 유물과 잔해를 일부 공개하고 9~10월쯤 본체를 인양할 계획이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앞 바다 434m지점에서 러시아 군함인 드리트리 돈스코이호(6200톤급)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돈스코이호는 러일 전쟁 당시인 1905년 5월 29일 러일 전쟁당시 일본 군함의 공격을 받고 울릉도 앞 바다에 침몰된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 배에는 150조 가치의 금괴 등이 실려있다는 소문으로 보물선으로 불리고 있다.(신일그룹제공)2018.7.18/뉴스1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앞 바다 434m지점에서 러시아 군함인 드리트리 돈스코이호(6200톤급)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돈스코이호는 러일 전쟁 당시인 1905년 5월 29일 러일 전쟁당시 일본 군함의 공격을 받고 울릉도 앞 바다에 침몰된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이 배에는 150조 가치의 금괴 등이 실려있다는 소문으로 보물선으로 불리고 있다.(신일그룹제공)2018.7.18/뉴스1

돈스코이호는 지난 2000년 동아건설로 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아건설이 보물선 실체를 확인했다고 알려지면서 2000년 12월 15일 360원이던 동아건설 주가는 17일 후 3265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지 못했고 유동성 위기로 2001년 3월 상장 폐지됐다. 고점에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봤다.

주가가 치솟는 제일제강 지분 인수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규 최대주주들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오는 25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이후 잔금 납입과 경영진 선임까지 마치는 9월 12일 정식 최대주주가 된다. 현재 이들은 계약금 18억5000만원 지급만을 마친 상황이다. 제일제강 지분 17.34% 전량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총 185억의 자금 납부가 남아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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