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6·텍사스)가 또 역사를 썼다. 생애 처음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안타를 날렸다.
8회 대타로 나와 좌익수 앞 1루타 #후속 타자 홈런으로 득점도 올려 #추신수 속한 AL가 8-6으로 승리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로 뽑힌 추신수는 18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8회 초 2-2 상황에서 4번 지명타자 넬슨 크루즈(시애틀)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내셔널리그 투수는 조시 헤이더(밀워키). 시속 150㎞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다. 스리쿼터 스윙으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왼손 타자로선 상대하기 까다롭다.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053(53타수 3안타)이다. 헤이더를 처음 상대하는 추신수는 2볼-2스트라이크까지 기 싸움을 이어갔다. 이어 시속 156㎞ 직구를 밀어쳐 좌익수 앞으로 날렸다.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는 추신수의 출루 본능이 돋보였다. 추신수는 조지 스프링어(휴스턴) 안타로 2루까지 진루한 뒤, 진 세구라(시애틀)의 홈런 때 득점했다.
추신수는 박찬호(2001년·LA 다저스), 김병현(2002년·애리조나)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세 번째 선수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투수였기 때문에 추신수는 안타를 친 첫 한국선수가 됐다. 동료 선수들은 빅리그 데뷔 14년 만에 처음 올스타전에 무대를 밟은 추신수에게 안타구를 기념으로 챙겨줬다. 추신수는 5-3으로 앞선 9회 2사에서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으나, 로스 스트리플링(LA 다저스)을 맞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2타수 1안타·1득점.
추신수는 댈러스 모닝 뉴스와 인터뷰에서 “헤이더는 정말 까다로운 투수다. 저런 각도에서 공을 놓는 투수를 상대하려면 정확하게 맞춰야 한다. 헤이더를 상대하게 돼 조금 놀랐다”며 "매 이닝 최고의 투수들과 최고의 타자들을 볼 수 있었다. 올스타전은 내 생애 꼭 한 번은 서고 싶었던 무대였다. 정말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51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했다. 그는 “이제 출루 기록에 얽매이지 않겠다. 건강하게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는 게 후반기 목표”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경기 전 진행된 올스타전 레드카펫 행사에 가족과 함께 참석했다. 부인 하원미(36)씨, 아들 무빈(13)·건우(9), 딸 소희(7)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남편 못잖게 올스타전 출전을 기대했던 하씨는 소셜미디어(SNS)에 “정말 오고야 말았다. 이거 꿈 아니지?”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장남 무빈 군은 아버지 못지않은 당당한 체구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경기에선 아메리칸리그가 내셔널리그를 8-6으로 이겼다. 6년 연속 승리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는 역대전적에서도 44승2무43패로 앞서게 됐다. 양 팀이 5개씩, 모두 10개의 홈런이 나왔는데, 올스타전 최다 신기록이다. 아메리칸리그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선제 솔로포 등 홈런 3방으로 8회까지 5-3으로 앞섰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추신수의 득점이 결승 득점이 될 뻔했다. 하지만 9회 말 1사 1루에서 스쿠터 제넷(신시내티)이 투런포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아메리칸리그는 연장 10회 초 연속타자 홈런 등으로 3점을 뽑아 승리했다. 결승 홈런을 친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이 MVP로 뽑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