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달 월세는 대통령 와도 안돼"…월세 200만원 박원순 '옥탑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달간 생활·근무할 삼양동 집무실 미리 가보니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한 달 동안 일할 예정인 서울 삼양동 임시 집무실. 임선영 기자, [중앙포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한 달 동안 일할 예정인 서울 삼양동 임시 집무실. 임선영 기자, [중앙포토]

18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단독주택 2층 옥탑방. 30㎡(9평)인 옥탑방 안은 서울시 공무원, 작업자 10여 명으로 북적였다. 이들이 가구와 전자제품을 놓느라 분주한 사이, 장판이나 수리 장비를 든 다른 작업자들도 꾸준히 드나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부터 한 달간 생활하면서 일하게 될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옥탑방. 임선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부터 한 달간 생활하면서 일하게 될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옥탑방. 임선영 기자

박 시장이 한 달간 머물 2층 옥탑방. 임선영 기자

박 시장이 한 달간 머물 2층 옥탑방. 임선영 기자

이 옥탑방을 쓸 사람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이달 22일부터 이곳에서 한 달간 생활한다. 낮에는 서울시청에서 업무를 본 후 이곳으로 퇴근해 야간 업무를 하고, 잠을 잘 예정이다. 서울시는 15일 “박 시장이 한 달간 옥탑방을 집무실 겸 숙소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현장 시장실’에서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18일 박 시장이 한 달간 머물게 될 옥탑방이 있는 골목길을 둘러보고 있다. 임선영 기자

서울시 공무원들이 18일 박 시장이 한 달간 머물게 될 옥탑방이 있는 골목길을 둘러보고 있다. 임선영 기자


하루에만 서울시 공무원 10여 명 출동해 ‘이사’ 준비 

박 시장이 ‘한 달 살이’를 하게 될 옥탑방은 단독주택의 옥상에 얹혀 있다. 우이신설선 솔샘역에서 나와 왼편으로 400m 가량을 내려가면 폭 약 4m인 좁은 골목길(솔샘로 35길)이 나온다. 단독·다세대 주택들이 즐비한 이 가파른 골목길을 50m쯤 오르면 이 옥탑방이 있다.

박 시장의 옥탑방 안 방 한 곳은 컴퓨터와 TV 등을 갖춘 집무실로 꾸며졌다. 임선영 기자

박 시장의 옥탑방 안 방 한 곳은 컴퓨터와 TV 등을 갖춘 집무실로 꾸며졌다. 임선영 기자


방 2개를 집무실과 숙소로, 주민 면담용 평상도 깔아 

이 옥탑방에는 방 2개, 화장실 1개가 있다. 방 두 곳은 각각 매트리스와 옷걸이가 있는 침실과 책상·컴퓨터·TV 등이 있는 집무실로 꾸며졌다. 불볕더위 속 수 시간 이어지는 작업에 공무원들과 작업자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구와 가전제품 모두 서울시청에서 사용해왔던 물건들”이라며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수리했고, 인터넷을 연결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옥탑방에 또 다른 방은 매트리스, 옷장 등이 놓인 숙소로 쓰인다. 임선영 기자

박 시장의 옥탑방에 또 다른 방은 매트리스, 옷장 등이 놓인 숙소로 쓰인다. 임선영 기자

옥탑방 마당에는 나무로 된 평상(가로 3m, 세로 1.5m)도 설치됐다. 평상에 장판을 깔던 한 작업자는 “박 시장님이 ‘평상에서 주민들과 면담하고 싶다’고 주문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 더위에 괜찮을지 좀 걱정된다”고 말했다.

옥탑방 바로 앞에 놓인 평상에서 박 시장은 주민들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임선영 기자

옥탑방 바로 앞에 놓인 평상에서 박 시장은 주민들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임선영 기자


박 시장, 삼양동 골목길 따릉이 타고 다닐지도 
구릉지인 삼양동은 강북구 내에서도 기반시설이 부족한 곳으로 꼽힌다. 이 옥탑방이 있는 골목길에는 폭 1~2m 정도인 좁은 길들이 이어져 있었다. 이날 서울시에서 교통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옥탑방 주변을 둘러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좁은 골목길 특성을 감안해 박 시장이 관용차나 지하철을 타고 퇴근한 후 골목길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거나, 걸어서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는 폭 1~2m인 좁은 골목길이 수십m 이어진다. 임선영 기자

서울 강북구 삼양동에는 폭 1~2m인 좁은 골목길이 수십m 이어진다. 임선영 기자

삼양동 주민들은 ‘이웃 주민’ 박 시장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삼양동은 박 시장이 6.13 지방선거 때 55.9%의 득표율을 얻은 곳(서울 평균 52.2%)이다.

박 시장 옥탑방 바로 앞 집에 사는 권끝늠(65)씨는 “삼양동 주민들 사이에 이미 ‘박 시장이 온다’는 소문이 쫙 났다. 서민의 삶을 체험해 본다는 데 얼마나 좋으냐. 삼양동의 불편한 도로와 저소득층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양동에서 50년을 거주한 김종수(67)씨는 “박 시장이 오시니 앞으로 더 발전하는 것 아니냐”면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18일 박 시장의 옥탑방이 있는 삼양동 골목길에 주차된 서울시 승합차. 임선영 기자

18일 박 시장의 옥탑방이 있는 삼양동 골목길에 주차된 서울시 승합차. 임선영 기자


“동네 시끄러워졌다” 항의하는 주민도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옥탑방 앞 좁은 골목길에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타고 온 승합차가 주차돼 있었다. 이를 본 한 주민은 “무슨 큰 일이라도 났느냐”며 공무원에게 물었다. 공무원들이 골목길을 분주히 다니자 항의하는 주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박 시장이 온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로 공무원들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드나들어서 주민들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이 옥탑방의 한 달 월세는 200만원이다. 월세는 서울시 예산으로 지급한다. 삼양동의 주택 월세 시세는 보증금 500만원~1000만원, 월세 30만원~50만원이 일반적이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시청 관계자들과 함께 삼양동·수유동·인수동의 집 5~6곳의 주인들을 만났다. 하나같이 ‘한 달 월세는 대통령에게도 안 준다’는 말이 되돌아왔다”면서 “어쩔 수 없이 보증금 없이 높은 월세를 치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