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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비대위’ 순항할까, 지도부는 옹호하고 친박은 관망세

중앙일보

입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회담장소로 들어오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회담장소로 들어오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병준호' 출범과 함께 자유한국당의 내분이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추인 안건은 별다른 잡음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또 18일 당 지도부는 김 위원장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위반 혐의 보도를 적극 방어하는 등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날 한 언론사는 김 위원장이 국민대 교수 시절이던 지난해 8월 100만원 넘는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제보가 국민권익위에 접수됐고, 경찰이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어렵게 선출하고 모신 분인데 불가피하게 그런 기사가 나왔어야했는지 의문스럽다”며 “한국당은 진위 파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도 “경찰이 내사를 한다는 건 사실관계가 확정이 안 된 상태라고 보여진다”며 “왜 공개됐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비대위원장 선출 당일 이런 사실을 밝힌 정치적 저의가 의심된다”며 “다른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별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접대라고 하긴 좀 곤란하다”며 “솔직히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당시 골프대회를 주최했던 대표가 김영란법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어느쪽이 옳은 것인지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당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성찬 의원,함진규 정책위의장,김성태 원내대표, 김 위원장, 이주영의원, 정갑윤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당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김성찬 의원,함진규 정책위의장,김성태 원내대표, 김 위원장, 이주영의원, 정갑윤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한편 김성태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려 했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이 뭔가 해보기도 전에 섣불리 반대 목소리를 냈다간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후보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을 때 김 위원장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당분간 반발을 잠재울 요소다.

한 친박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모든 게 내 불찰’이라고 사과하면서 갈등이 잦아든거고, 김 위원장에 대해선 무조건 비토하겠단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지만, 한 친박 중진은 “김 위원장이 좌우 중간의 정답을 알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김병준호가 계속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대위 구성과 권한, 기간 등을 논의하는 과정 내내 크고 작은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차기 당권 주자들과 일부 친박계는 조기 전당대회를 관철시키려는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 대구·경북의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첫 시험대는 비대위원 인선일 것”이라며 “계파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또 다시 잡음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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