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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놀란 당정, ‘소득주도’서 ‘포용적’으로 간판 바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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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의 방향으로 ‘포용적 성장’을 제시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소득, 고용, 삶의 질에 걸쳐 ‘성장의 포용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일자리·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말한 '성장의 포용성'은 경제학에서 나오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의미한다. 2009년 세계은행(WB)에서 처음 제기한 용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를 ‘경제 성장에 따른 기회가 국민 각계각층에 주어지고, 늘어난 부가 사회 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소득재분배와 사회안전망·복지 확대 등으로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9월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경제가 가야 할 길”이라며 공개 언급한 개념이기도 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및 저소득층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포용적 성장은 최근 당·정·청 핵심인사들의 발언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 협의에서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만 요구하거나,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소득주도성장의 실패인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제 소득주도성장과 포용적 성장을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간담회에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2018 국민경제 국제콘퍼런스’에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사람중심경제 기조와 일맥상통한다”며 포용적 성장을 언급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26일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을 소개하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가 포용적 성장과 같은 개념이라는 소신을 가진 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논란 등 비판과 오해에 직면한 소득주도성장의 보완책으로 당정이 경제정책의 ‘간판’을 포용적 성장으로 바꿔 달았단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성장의 포용성’을 언급한 것은 결과적으로 성장을 했을 때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이지,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성호 “이제는 우리 자신이 비교 대상”

이날 당정은 포용적 성장 기조에 따라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과 소득 지원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 대상 및 지급액 대폭 확대 ▶소득 하위 20% 노인 대상 기초연금 조기 인상(25만원→30만원) ▶사회초년생 구직활동지원금을 월 50만원 한도로 6개월간 지급 ▶일자리 창출 여력 강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정 수조 원 보강 등이다. 이 밖에도 영세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했다.

20대 후반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에 선출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20대 후반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에 선출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회의는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과 불투명한 전망을 고려한 듯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전날 20대 국회 후반기 기획재정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정 협의에 참석해 “지난 2년간 정부·여당의 민생 성과에 국민은 만족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부터 반성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과거 정부와 비교해 현 정부를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비교 대상이 우리 자신”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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