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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에선 "명문대"인데…완도군선 아니라는 그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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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로고(왼쪽).(오른쪽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로고(왼쪽).(오른쪽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지자체마다 다른 명문대 규정에 장학금 차별 논란 #'명문대 장학금' '우수대학 장학금' 기준 모호 #의치학 등 특정 계열 입학시만 장학금 지급도

영화 '타짜'에서 사설 도박판을 벌였다가 단속된 정 마담(김혜수)은 자신을 연행하려는 경찰에 이렇게 말한다. 국내 명문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이화여대의 위상을 재미있게 표현한 대사다.

이런 이화여대지만 적어도 전남 완도군 판단에 따르면 이대는 명문대가 아니다. 반면 전남에서도 구례군은 명문대라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명문대 장학금’ 등 이름으로 운용 중인 장학금 제도의 규정에 따른 결과다.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우수 대학교 장학금 제도의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똑같은 대학에 진학하고도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신입생은 4년간 장학금 혜택을 받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한 푼의 지원도 못 받는 경우가 있어서다.

‘명문대 장학금’ ‘우수 대학 장학금’등 명칭의 장학금은 주로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먼 농어촌에서 활발하게 지원되고 있다. 지역 고교생의 학업 의욕을 자극해 더 많은 학생을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하려는 목적의 제도다. 실제 전남과 경북 지역 시ㆍ군을 비롯해 상당수 지자체(장학회)가 시행하고 있다.

미국 대학 로고. [중앙포토]

미국 대학 로고. [중앙포토]

그러나 장학금 지급 요건 중 가장 주요한 기준인 ‘명문대’ ‘우수대’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가령 전남에서는 완도군의 경우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포항공대까지 명문대로 본다. 원래 이대까지 포함했으나 2018학년도부터 제외했다. 구례군은 완도군의 기준에 이대까지 명문대로 보고 장학금을 지급한다. 영암군은 경찰대도 명문대로 본다. 대다수 지자체의 명문대 범위에 해외 유명 대학은 포함되지 않은다.

지자체들은 대학의 사회적 평가, 입학 성적 등 종합적인 기준을 고려해 명문대의 범위를 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기준 자체가 모호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지방 국립대 등 수도권 학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춘 학교를 명문대에서 제외하는 것도 수험생들 사이에서 불만을 사고 있다. 수험생들이 똑같은 성적으로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장학금 수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특정 단과대학이나 특수대학을 장학금 지원 대상으로 규정한 기준도 차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의대나 치대·교대·경찰대 등에 진학한 학생에게만 장학금을 주는 경우다. 전남 지역 한 고3 수험생은 “지자체가 대학을 서열화하고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의식을 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세금이나 지역 사회의 기부 등으로 모인 장학금의 지원 형태도 논란거리다. 일단 명문대에 입학만 하면 4년간 거액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모 지자체는 명문대에 진학하면 이후 성적이나 출석 상황을 보지 않고 졸업할 때까지 학기당 최대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익명을 요청한 지자제 장학 사업 담당자는 “수도권 대학 진학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경쟁의 결과를 공정하게 누릴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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