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반도 노리는 붉은불개미…여왕 하루 알 1500개 낳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붉은불개미(여왕개미) [사진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붉은불개미(여왕개미) [사진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붉은불개미
황소개구리나 큰입배스 등과 더불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100대 악성 침입종으로 지정한 붉은불개미.
독을 지니고 있어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경제적 피해도 입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됐고, 올해 들어 평택항과 인천항에서도 잇따라 발견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내륙으로 침투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범부처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붉은불개미가 얼마나 위험하기에 이런 ‘법석’을 떠는 것일까.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붉은불개미 대응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붉은불개미 대응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100명 사망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는 붉은불개미(왼쪽 사진)와 붉은불개미에 물린 사진(오른쪽 사진) [중앙포토]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는 붉은불개미(왼쪽 사진)와 붉은불개미에 물린 사진(오른쪽 사진) [중앙포토]

붉은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의 학명인 솔레놉시스 인빅타(Solenopsis invicta)에 들어가는 ‘invicta’는 무적(無敵)이란 뜻이다. 그만큼 공격적이고, 제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들은 꽁무니의 독침으로 먹잇감을 공격한다.
하지만 사람이 개미집을 밟으면 다리를 타고 올라와 페로몬 신호에 따라 한꺼번에 침을 쏘기도 한다.
붉은불개미에게 쏘이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을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 과민성 쇼크 증상도 나타난다.

독에는 알칼로이드인 ‘솔레놉신’과 펩타이드 독 성분인 ‘포스포리파제’와 ‘하이알루로니다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성분은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고,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8만 명 이상, 지금까지 총 1400만 명이 붉은불개미에 쏘였고, 이 가운데 1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살인 개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포집한 붉은불개미.[연합뉴스]

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포집한 붉은불개미.[연합뉴스]

하지만, 일부에서는 꿀벌이나 다른 곤충에 비해 붉은불개미의 독이 독한 편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내 사망자 100명도 누적 숫자일 뿐 연간 사망자는 1~2명 수준이다.
199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만3000여명이 개미에 쏘였지만, 실제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660명, 전체의 0.02% 정도였다는 것이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발표한 ‘곤충 독성지수’에 따르면 붉은불개미 독의 독성지수는 1.2다.
이는 꿀벌 1.0보다는 높지만 작은말벌 2.0, 붉은수확개미 3.0, 총알개미 4.0보다는 낮다.

한림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 고영호 교수는 “미국 지역에서는 큰 피해가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는 붉은불개미에 쏘여 죽었다는 보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다만 노약자나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번 쏘이면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두 번째 쏘이면 면역반응 탓에 쇼크가 올 수도 있고, 한 번에 여러 마리에게 쏘이면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기시설·가축·농작물에도 피해

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불개미 포집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가 불개미 포집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미는 극한 지방을 제외한 지구의 모든 곳에서 살고 있다.
지구 상에는 8000여 종의 개미가 살고 있고, 1000조 마리나 되는 그들 무게를 다 더하면 인간보다도 많다.

붉은불개미는 개밋과 중에서도 열마디개미(Solenopsis) 속(屬)의 개미다. 더듬이가 10개의 마디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적갈색 일개미의 몸길이 2.4~6㎜인데, 머리만 따지면 길이가 0.66~1.41㎜다. 여왕의 머리 길이는 1.27~1.29㎜다.

붉은불개미 집단의 일개미는 크기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데, 수명도 차이가 있다.
작은 일개미는 30~60일, 중간 크기의 일개미는 60~90일, 큰 병정개미는 90~180일 정도다.

일개미는 집안에서 알과 유충을 돌본다.
사체를 치우고, 음식 찌꺼기도 갖다버리는 청소도 맡는다.

사냥에 나선 병정개미는 떼를 지어 가축 등을 공격한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에 붉은불개미가 달라붙어 쏘기도 한다.

전기설비에 침입해 전선을 갉아 산업시설 등에 피해를 주고, 관개시설이나 농기계를 훼손하기도 한다.

잡식성이라 농작물 등 식물을 먹기도 한다.
농경지에 이들이 집을 지어 식물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양배추·옥수수·오이·땅콩 등의 작물에 피해를 준다.
콩 재배지를 붉은불개미가 덮치면 수확이 크게 줄기도 한다.

이런저런 피해를 더하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60억 달러(6조74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들 협력하면 25만 마리 집단도

붉은불개미 병정개미

붉은불개미 공주개미
붉은불개미 여왕개미
붉은불개미 병정개미
붉은불개미 여왕개미

꿀벌의 경우 기존의 여왕벌이 새 여왕벌을 남겨 두고 일벌 일부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새집을 짓는다.
반면 개미는 새로운 공주개미(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가 집을 떠난다.

집을 떠난 암개미는 수개미와 함께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면서 짝짓기 비행을 한다.
암개미와 일개미는 붉은색을 띠지만 수개미는 검은색이다.
수개미는 보통 100~300m까지, 암개미는 60~120m 정도 올라가는데, 바람 등의 영향에 따라 수 ㎞까지 개미가 퍼질 수 있다고 한다.

짝짓기 비행 혹은 결혼비행을 통해 여왕개미는 정자를 받는다.
수정하고 나면 여왕개미는 몸에 700만 마리의 정자를 지니게 된다.

짝짓기를 마친 수개미는 곧바로 죽고, 여왕개미는 땅속에 작은 방을 파고 거기서 날개를 떼어낸 뒤 알을 낳고 번식을 시작한다.
24시간 이내에 10~15개의 알을 낳는데, 이 알들은 1주일 후 부화한다.
그러면 여왕은 다시 75~125개의 알을 더 낳는다.
처음 낳은 알이 부화해 성체가 되는 데는 30~40일가량 걸린다.

일개미의 수명은 보통 2개월에 그치지만, 여왕개미는 수명이 2~6년이다.
집단 내에 여왕개미가 한 마리인 경우(모노지니, monogyne)도 있고, 여왕개미가 여러 마리인 경우(폴로지니, pologyne)도 있다.
학자들은 기존 개미집단에 새로운 여왕개미를 주축으로 한 집단에 끼어들어 공존할 경우 폴로지니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붉은불개미 여왕의 번식력은 대단하다.
알을 하루에 많게는 1500개까지도 낳는다.
여왕개미가 여러 마리가 있고, 서식환경이 좋을 때는 25만 마리 규모의 집단을 형성할 수도 있다.

집단이 1년 이상 유지되면 날개를 가진 암개미·수개미가 등장하고 짝짓기 비행이 일어난다.
한 집단을 기준으로 4500마리씩 참여하는 짝짓기 비행이 봄과 여름에 6~8번 벌어진다.

집단을 유지하려면 여왕개미의 존재가 중요하다.
여왕개미를 지키기 위해 일개미들이 희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폭우가 쏟아져 개미집이 물에 잠기면 붉은불개미들은 스스로 뭉쳐서 물에 뜨는 뗏목을 만드는데, 여왕개미를 중간에 두고 뭉친다.

남미 원산, 국내서 여왕개미까지 발견

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컨테이너에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7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컨테이너에 소독약을 뿌리며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붉은불개미는 남아메리카 중부지방이 원산지인데, 지금은 미국과 호주·뉴질랜드·중국·대만·말레이시아 등지로도 확산이 됐다.
미국에서는 1930년대 앨라배마 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붉은불개미가 정착한 나라가 14개에 이른다.

중국 광둥성 일대에서는 2005년부터 붉은불개미 떼가 급속히 늘어나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5월 일본 광저우 난샤 항을 출발, 고베 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도 일본 오사카 등지에서 발견되면서 스모계를 긴장시켰다. 선수가 경기장 주변을 맨발로 걸어 다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특정 온도에서 개미에게 시약을 뿌린 뒤 적외선을 비췄을 때 녹색으로 보이면 붉은불개미임을 확인할 수 있는 판정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처음 발견됐다.
감만부두 2선석 컨테이너 적재 장소에 깔린 아스팔트 틈새를 뚫고 나온 잡초 사이에서 25마리가 발견된 것이다.
아스팔트 아래 개미집에서는 1000마리 이상의 붉은불개미가 발견됐지만, 여왕개미는 찾지 못했다.

부산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유전자검사 결과, 미국에 분포하는 붉은불개미 개체군과 동일한 모계(母系) 유전자형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에서 곧장 건너왔을 수도 있고, 미국에 살던 것이 다른 나라를 거쳐 한국에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인천항에서는 수입 고무나무 묘목에 묻어 들어온 붉은불개미 1마리가, 5월 30일에는 부산항 자성대부두로 수입된 건조 대나무에서 2마리가 발견됐다.
6월 20일에도 자성대 부두 야적장에서 공주 개미를 포함한 30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이에 앞서 6월 18일에는 평택항 컨테이너부두에서 7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지난 6일 인천항에서는 붉은불개미 일개미 70마리가 발견됐고, 이튿날에는 여왕개미를 포함해 애벌레 16마리, 일개미 560마리가 한꺼번에 발견됐다.
80m 떨어진 곳에서도 일개미 120마리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미 국내에서 여왕개미가 알을 낳고 번식하면서 집단을 키워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내륙 확산 차단 위해 인력·예산 늘려야

지난달 1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방역차가 붉은불개미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방역차가 붉은불개미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붉은불개미를 방제하는 방법에는 개미집 위에 다량의 살충제를 뿌리거나 연기나 살충제를 주입하는 방법, 미끼로 유인하는 방법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여왕개미를 제거하는 일인데, 땅속 개미집 깊숙이 숨어있는 여왕개미는 죽이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호주·중국도 방제에 실패했고, 뉴질랜드도 방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1년 정착한 호주의 경우 초기 차단에 실패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방제 작업에 3억4000만 호주 달러(2800억원)를 들였으나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2001년 오클랜드 공항 부근에서 붉은불개미 집이 발견됐는데, 주변에 덫을 설치하는 등 방어벽을 구축하는 등 신속히 대처한 덕분에 2002년 10월 박멸에 성공했다.

뉴질랜드에서는 2006년 다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는데, 3년간 10m 간격으로 90만 개의 덫을 설치한 덕분에 박멸에 성공했다.

한번 검역에 구멍이 뚫리고 나면, 붉은불개미를 박멸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7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검역본부 연구관이 붉은불개미를 찾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검역본부 연구관이 붉은불개미를 찾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지난해 처음 붉은불개미를 발견한 이후 부산신항 등 전국 주요 항만과 의왕·양산 등 내륙컨테이너기지 등 모두 34곳에서 붉은불개미를 유인하는 트랩을 설치하고, 예찰을 계속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부랴부랴 붉은불개미를 ‘생태계 교란 생물 종’으로 지정했다.

현재로써는 붉은불개미가 발견되면 땅을 파헤쳐 잡아내는 게 최상의 방법이다.
하나하나 잡아내는 작업이 끝나면 살충제를 뿌리고, 트랩(덫)을 설치해 숨어있는 나머지도 유인하는 등 이중, 삼중의 수단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

한림대 고영호 교수는 “방역에 구멍이 뚫려 붉은불개미 서식 범위가 확대된 뒤에 뒤늦게 방제를 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붉은불개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더라도 평소에 방역체계를 지속해서 가동해야 하고, 인력 보강 등 투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수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축산검역부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붉은불개미 긴급 방역 추진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수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축산검역부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붉은불개미 긴급 방역 추진상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만약에 검역에 구멍이 뚫렸다면 개인 수준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붉은불개미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을 입고, 장갑을 착용하고, 바지를 양말이나 신발 속에 집어넣고, 곤충기피제를 옷이나 신발에 사용해야 한다.
개미에 물린 후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붉은불개미를 발견했을 때는 즉각 119나 농림축산검역본부(☎054-912-0612)로 신고하도록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기경 박사는 “붉은불개미가 워낙 작아서 더듬이에 열 개의 마디가 있는지 특징을 확인하려면 해부현미경을 이용해야 할 정도여서 일반인들로서는 찾아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파일에 붙은 쪽지

"강찬수의 에코 파일"은 평소 취재 과정에서 주제별로 모아 놓았던 자료를 '재활용'하는 코너입니다.
물론 원래 재료보다 새로운 재료가 더 많이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가끔씩 예외는 있지만 '가나다' 순서에 따라 주제를 골라 작성하고, 토요일 오후에 완성합니다.

지난 2월부터는 'ㅂ'으로 시작하는 키워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바나나 ▶바이오스피어2 ▶바이오에너지 ▶박쥐 ▶박테리오파지 ▶반달가슴곰 ▶반딧불이 ▶방사선 피해 ▶배출권 거래제 ▶백두산 화산 ▶백두대간 ▶백화현상 ▶뱀 ▶뱀장어 ▶버섯 ▶벌, ▶보팔 참사 ▶불의 고리 등입니다.

지난 주에는 특별한 이유로 '수은'에 대해서 썼지만, 이번에 다시 'ㅂ'으로 되돌아와 '붉은불개미'에 대해서 썼습니다.

아래 '에코파일 - 다른 기사 보기'를 누르시면 이들 주제 외에 그 전에 연재했던 내용도 보실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