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몰카사건 피해·가해 두 모델에 대해 더 알았더라면 …”

중앙선데이

입력 2018.07.14 02:02

업데이트 2018.07.1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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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호 03면

[SPECIAL REPORT] 모델의 현주소 
배낙원 모델 에이전시 대표

배낙원 모델 에이전시 대표

“모델 한 명 한 명에게 조금 더 말을 걸어 봤으면 어땠을까요.”

모델 보낸 에이전시 배낙원 대표
“맘껏 일할 수 있는 곳 만들 것”
5년 전 창업 뒤 계약서 등 작성
시설 좀 개선됐지만 매너는 퇴보

홍익대 몰카 유출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운명이 갈린 남녀 누드모델을 홍대에 소개했던 ‘에덴에이전시’ 배낙원(36·사진) 대표의 뒤늦은 후회다. 가해자인 여성 모델 A씨가 구속되기 전날(지난 5월 11일) 배 대표는 사과문을 제출했고, 홍익대 측은 이를 회화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안 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방지했어야 했는데 많은 부분을 놓쳤고, 그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본인도 15년 차 누드모델인 배 대표는 “학생이 범인일 거라는 억측 속에 무고한 학생 20여 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들에게 좋지 못한 기억을 남긴 것 같아 죄책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과거에 소속돼 10년간 일했던 에이전시는 모델들에게 대표 집안일까지 시키는 등 부조리가 만연했다. 여러 건의를 했지만 ‘때가 아니다’는 답뿐이었다. 결국 계약을 해지당했다. 2013년 맘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오기로 차린 게 ‘에덴’이었다. 결국 나도 모델들이 100%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막을 수 있었다고 보나.
“오빠나 형 같은 에이전트가 되고 싶었지만 모델들이 직업적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려면 일정한 책임을 요구하는 게 불가피했다. 조금 거리를 두다 보니 개개인의 성향과 습성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다. 두 사람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된 게 많다. 미리 알았다면 두 사람을 같은 수업에 보내진 않았을 것 같다.”
홍익대가 제공한 환경도 문제 아니었나.
“당시 수업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델이 겪는 환경은 해당 수업 진행자의 스타일이나 학생들의 분위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매 학기 모델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학교와 수업이 달라진다.”

배 대표는 두 모델의 잘잘못은 따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르게 해보려고 어떤 노력을 했나.
“시작할 때부터 공인노무사에게 자문해 공정한 계약서를 마련했다. 요청받은 작업의 범위와 목적, 문제 발생 시 모델과 에이전시의 책임 범위 등을 명확히 밝힌 계약서다. 계약서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안 쓰는 에이전시가 많다.”
‘비밀 촬영회’같은 음성적 수요도 많나.
“처음엔 요청이 많았다. 통상 시간당 20만~30만원의 고액 모델료는 일부 모델에게 유혹이 된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사람에겐 소개도 해봤지만 수년 전부터는 거절한다. 표현의 자유의 영역을 넘는 일이다.”
10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짚는다면.
“모델들의 태도가 당당해진 것은 긍정적 변화다. 과거에는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남녀 커플이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포즈를 통한 자기 표현도 훨씬 자연스럽고 과감해졌다. 대학 등의 시설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모델을 대하는 매너는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이다.”

특별취재팀=이정권·임장혁 기자, 안희재 인턴 기자 deep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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