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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한반도 평화 초입 단계, 지도자들 혜안 절실한 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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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호 12면

(재)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로 13일 서울 월드컬처오픈에서 열린 2018년 연례학술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다섯째)와 홍석현 이사장(오른쪽 여섯째)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재)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로 13일 서울 월드컬처오픈에서 열린 2018년 연례학술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다섯째)와 홍석현 이사장(오른쪽 여섯째)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재)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주최 첫 연례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으며 오랜 시간 공동의 작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역사적 과업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에서 구체적인 후속 합의를 하지 못한 것과 관련, 향후 북핵 협상에 대한 전망을 토론하면서다. 홍 이사장은 “평화는 매일, 매주, 매달 이뤄지는 과정이며, 여론을 점진적으로 바꾸고, 낡은 장벽을 서서히 허물며, 조용히 새로운 구조를 세우는 과정”이라는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의 1963년 유엔 연설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반도평화만들기 학술회의 #조명균 “북·미협상은 시작의 시작” #이종석 “트럼프의 김정은 신뢰 중요” #북, 체제보장 위해 종전선언 주장 #주한미군 철수 등 고려해 신중해야 #베트남처럼 국제사회 일원 돼야 성공 #한국이 촉매제 역할해 북한에 유리

◆세 번째 폼페이오 방북 이후 북·미 관계=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은 이제 초입에 들어섰고 앞으로 여러 차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며 한 번의 협상 결과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이어 “눈앞에서 출렁거리는 파도를 넘어 저 멀리 대양을 바라보는 지도자들의 혜안이 갈수록 절실해지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찬 축사에 나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금 상황은 시작의 시작이며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는 게 현실적인 평가”라며 “인내심을 갖고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접근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는 판문점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고 북·미 정상회담도 빨리 궤도에 들어서서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후속 합의 불발 원인에 대해 “새로운 북·미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구습이 남아있다”며 “북한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미국은 북한의 버티기를 각각 의심하면서 이번엔 교착됐지만, 중요한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한의 새로운 미래를 보고 있다는 걸 신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권만학 경희대 교수도 “첫 후속 협의에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빅딜을 기대하긴 어렵고 앞으로 북·미 간에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이라며 “북한 외무성 담화나 김 위원장의 친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통해 볼 때 향후 협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6·12 북·미 정상회담은 뼈대이고 이제부터는 여기에 살을 붙이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연내 종전선언 추진과 미·중 관계=북한 외무성이 강조한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참석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청산의 첫 조치이자 체제 안전보장 방안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도 “비핵화를 위해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체제 보장이 되고 경제적으로 잘살 수 있다는 신뢰를 북한에 반드시 심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을 비핵화 트랙에 올려놓기 위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며 “일단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이후 주한미군 철수 등 수많은 이슈를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밀착되는 북·중 관계와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이 북한 비핵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배후론’을 수차례 거론하기도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생각보다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미·중 관계가 북핵 문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고 6·12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미국의 생각대로 안 된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와 관련해선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비용 분산효과는 있지만 합의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비핵화 카드를 무역전쟁에 활용하는 것은 확전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투 트랙으로 분리해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무역전쟁이) 커다란 변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인휘 교수도 “잇따른 세 번의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북한문제가 점점 더 국제화될수록 궁극적으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베트남처럼 개혁개방 성공하려면=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베트남 모델’을 강조했다. 이날 제2회의(비핵화 이후 북한 경제의 현대화)에서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베트남은 1986년부터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모이’를 추진했지만 정작 경제 성장은 1994년 국제금융기구 가입, 1995년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이어 2006년 미국이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 부여 덕분에 가능했다”며 “국제사회 편입이 없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태용 연세대 교수는 체제 전환에 나선 동유럽 국가와 아시아 국가(중국·베트남)의 경제발전 정도를 비교하면서 “동유럽 국가의 초기 개혁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에 경제 발전 속도도 결국 아시아국가보다 더 빨랐다”며 “여기에 북한의 경우 한국이 경제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참석해주신 분들 (가나다순)

고유환 동국대 교수

권만학 한반도포럼 운영위원장

김병연 서울대 교수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 소장

김석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

김준형 한동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박영호 강원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제훈 인천대 통일통합연구원장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

이낙연 국무총리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장형수 한양대 교수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정승호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정태용 연세대 교수

조명균 통일부 장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

한용섭 국방대 교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전수진 기자·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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