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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옆 이 자리서 38년, 첫 월급 3500원 받았지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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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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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SHOT - 오스타사

WIDE SHOT - 오스타사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옆 예지동에는 각종 전기제품 수리 및 부품업체가 모여 있다. 좁은 골목길로 이어진 이곳에서 박희진(67) 씨는 선풍기, 믹서기 같은 가전제품과 트랜스 등을 전문 수리하는 ‘오스타사’를 운영한다. 박 씨는 충북 영동에서 중학교 졸업 후 1969년 상경해 세운상가의 모터, 트랜스 수리업체에 취업해 일을 배웠다. 당시 매일 50원, 월급으로 2000원, 합쳐서 한 달에 3500원을 받았다. 취업 초기에는 개당 18원 하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11년이 지난 뒤 1980년 5평 크기인 현재의 가게를 인수해 지금까지 혼자 운영하고 있다. 더위가 이어지면서 선풍기 수리작업이 늘고 있다. 박 씨는 요즘 “중국산 저가 선풍기가 3만원 내외에 판매되지만, 모터 코일을 구리선이 아닌 양은선으로 만들어 금방 열이 나고 고장이 잘 난다”고 말한다. 이곳에선 1만5000원 내지 2만원이면 구리선으로 모터 코일을 다시 감아 고쳐준다. 박 씨는 새 제품 가격이 저렴해 더 받지도 못한다고 했다.

가게가 있는 이 지역은 지난달 29일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세운 4구역(3만2224㎡)이다. 건물 9개 동에 호텔, 오피스텔, 업무용 빌딩 등 복합시설이 2021년 착공해 2023년 완공예정이다. 박 씨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돼도 다른 곳에 가게를 얻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식들이 그만하라고 하지만 일해야 건강이 유지될 것 같고 80세까지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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