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마시멜로 실험’ … 아이 의지보다 환경이 더 중요?

중앙선데이

입력 2018.07.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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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호 28면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지난 50년간 중산층 가정의 어린이는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먹지 않고 참는 실험에서 점점 더 오래 기다리는 경향을 나타냈다. [사진 로체스터대]

지난 50년간 중산층 가정의 어린이는 마시멜로를 앞에 두고 먹지 않고 참는 실험에서 점점 더 오래 기다리는 경향을 나타냈다. [사진 로체스터대]

“어릴 때 자제력이 컸던 아이가 나중에 공부도 잘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다.” 교육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고전으로 꼽히는 ‘마시멜로 실험’ 얘기다. 1960년대 후반~70년대 초반, 미국 스탠퍼드대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대학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4~6세의 아이들을 시험에 들게 했다. 한 명씩 방으로 데려간 뒤 마시멜로 한 개가 놓여 있는 접시를 보여 주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생님이 잠깐(15분) 나갔다가 돌아올 거야. 그때까지 이걸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한 개 더 줄게.”

과자 유혹 견딘 아이가 공부도 잘해
60년대 실험, 교육·학부모에 영향

뉴욕대 연구팀 다른 결과 논문 발표
부모 학력이나 가정형편에 더 좌우

유치원생 600여 명 중 소수는 문이 닫히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었다. 당장 먹지 않은 아이 세 명 중 한 명은 15분을 기다려 과자를 하나 더 받았다. 이 실험이 화제가 된 것은 1988년, 90년 잇따라 발표된 후속 연구 덕분이었다. 유혹을 좀 더 오래 참을 수 있었던 유치원생들은 청소년기에 인지능력과 학업 성적이 우수했고 좌절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강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2012년 발표된 후속연구에서는 30년 후의 건강상태(체질량 지수 기준)도 더욱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교육학계와 중산층 부모들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아이들에게 자제력, 즉 의지력을 키우도록 가르칠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근거가 박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말 미국 뉴욕대와 UC 어바인대 공동연구팀이 국제저널 ‘심리 과학’에 발표한 논문(‘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을 보자. 본인의 의지력이 아니라 부모의 학력이나 가정형편이 미래의 학업성적이나 태도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마시멜로 실험, 추적 가능 표본 50명 안 돼

애초에 스탠퍼드대 실험은 일반화하기 어려웠다. 후속 추적이 가능했던 표본이 50명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백인 부유층, 고학력 부모의 자식들이었다.

이번 연구팀은 90년대 미국립보건원(NIH)이 실시한 영유아 보육 및 청소년 발달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만족 지연(절제력)을 측정한 4~5세의 유아 918명에 주목했다. 이 중 650여 명은 엄마가 대학을 마치지 못한 가정이었다. 데이터에는 이들이 10대 시절 어떤 지능과 행태를 보였는지에 대한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측정은 어린이 앞에 마시멜로나 초콜릿을 한 개 놓아두고 7분을 기다려서 한 개를 더 받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시험을 통과한 아이들은 15세 때 공부도 더 잘하고 품행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일단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상관관계의 크기는 스탠퍼드대 연구의 절반에 불과했다. 또한 가정환경이나 지능 같은 요소의 영향을 배제하자  관계성은 거의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마시멜로를 일찍 먹든 나중에 한 개를 더 받았든 청소년기의 학업성취도에 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기서 조건이란 가정환경, 부모의 양육방식, 인종, 성, 인지 능력 등을 의미한다. 예컨대 실험 결과는 엄마의 학력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대졸 엄마를 둔 아이들은 68%,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45%만이 7분을 참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한 점은 측정 결과가 나중의 삶에 미치는 예측력이 부모의 학력에 따라 달랐다는 점이다. 저학력 부모의 자녀인 경우 참는 시간이 20초 이상이면 나중의 학업성취나 행태에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 이상으로 2분, 5분 , 7분을 기다려도 나중의 삶에 추가적인 장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졸 부모의 자녀는 참는 시간과 이후의 삶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마시멜로 실험이 만족 지연 능력이나 여타의 의지력을 검사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의지력 가르치려는 개입 시도 효과 의문

또한 가난한 집 아이들은 눈앞의 과자를 우선 먹고 보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들의 일상에는 확실하게 보장된 것이 적은 탓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오늘은 부엌에 음식이 있지만 내일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가 어떤 식품을 더 사준다고 약속해도 가난 때문에 이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들의 기다림에는 위험이 따르는 것이다.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이와 반대다.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이와 반대다. 집에 먹을 것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 시절 자제력과 의지력을 키우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좋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성장형 마음가짐(growth mindset)’ 교육이 그런 예다. 이것은 자신의 지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학생이 믿으면 학업 성취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하지만 최근 36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메타 분석에 따르면 양자 사이의 관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심리과학 저널 3월 5일자).

“집안의 사회경제적 형편으로 설명되지 않는 심리적 효과는 찾기가 매우 어렵다.” 미시간대 발달심리학자 파멜라 데이비스킨의 말이다.

교육적 성취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간단한 개입방법은 없다. 사회과학자들은 아직도 이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자제력에 대한 연구는 전체적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의지가 굳기 때문에 자제력이 더 크다는 발상은 점점 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스스로 자제력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유혹을 적게 받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 인디애나대 사회학 교수 제시카 칼라르코의 말이다.

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칼럼을 연재했다. 빅 히스토리와 관련한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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