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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인으로 강제 환승…세상 보는 눈 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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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인생환승샷(14) 강제로 환승한 장애인의 삶, 강재두

인생에서 누구나 한번은 환승해야 할 때와 마주하게 됩니다. 언젠가는 직장이나 일터에서 퇴직해야 하죠. 나이와 상관없이 젊어서도 새로운 일,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실패한 뒤 다시 환승역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인생 환승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편집자>

도착지를 향한 계획된 환승이 아닌 때로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환승을 하게 되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인생인 것 같습니다.

저는 39세에 갑작스러운 돌발성 난청으로 청력 장애인의 삶으로 환승하게 됐습니다. 한쪽 귀는 아예 들리지 않고, 다른 한쪽은 보청기를 껴야 조금 들립니다. 지하철 환승이야 잘못되면 다시 갈아탈 수 있지만 다시 비장애인의 삶으로 갈아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어도 다시 환승할 수 없기에 너무 고통스럽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지만 그보다 힘들었던 것은 가족의 힘겨움이었습니다.

인생환승 후 운영하는 청년 협동조합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입니다. 이 조합은 청년에게는 일자리 창출을, 프랜차이즈 피해 소상공인에게는 재기할 기회를, 사회적 소외 계층에는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자 설립했습니다. 가운데 발표하고 있는 사람이 저 입니다. [사진 강재두]

인생환승 후 운영하는 청년 협동조합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입니다. 이 조합은 청년에게는 일자리 창출을, 프랜차이즈 피해 소상공인에게는 재기할 기회를, 사회적 소외 계층에는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주고자 설립했습니다. 가운데 발표하고 있는 사람이 저 입니다. [사진 강재두]

늘 말없이 눈물로 대신했던 가족이 있었기에 제 목숨조차 버리지 못하고 버텨온 게 벌써 4년. 어떻게 적응하다 보니 자의에 의한 환승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세상을 더 넓게 보라는 신의 뜻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답니다.

저는 비장애인 삶을 살아갈 때는 거의 일 중독자라 할 만큼 일에만 미쳐서 살았습니다. 물론 가난이란 장애를 극복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하고 자녀들과 같이하는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늘 그렇게 일에만 몰두하고 건강조차 지키지 못해 강제로 환승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강제로 환승한 삶은 비장애인 시절 삶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조금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많은 것에 도전하고 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환승 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20번이 넘게 창업할 정도로 늘 바쁘고 끊임없는 모험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늘 같기에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늘 조각 잠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그렇게 일 중독자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청력 장애인의 삶으로 환승하면서 가장 먼저 바뀌게 된 것이 안정적인 수면시간입니다. 늘 8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환승 전 200만원이라는 등록금이 없어서 포기해야 했던 대학의 학업을 유지해 나가면서 조카 같은 동기들과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강의 내용을 듣지 못해서 따로 녹음해서 수백 번을 다시 들어야 겨우 이해할 정도로 어려움도 있었고 늦은 나이에 기억력이 따라주질 못해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힘겨움도 견디다 보니 수석 졸업이라는 과분한 결과를 얻었고 관광분야 최고의 대학이라는 경희대학교 관광 대학원 조리 외식 경영학과에 입학해 보다 큰 나눔 실천이라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학업을 통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부정적인 마음 또한 조금씩 자신감으로 변했습니다. 환승 전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전부였다면 환승 후에는 사회적 소외 계층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청력 장애 전 군대 후배들과 중식당 짱병장을 운영하던 시절입니다. 2002년 당시 저희가 수익금은 주로 결식 아동을 지원하고, 학교 폭력 감시단 활동과 군복이라는 튀는 아이템으로 3개월 만에 매출이 급상승하여 MBC 뉴스데스크에 소개되었습니다.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청력 장애 전 군대 후배들과 중식당 짱병장을 운영하던 시절입니다. 2002년 당시 저희가 수익금은 주로 결식 아동을 지원하고, 학교 폭력 감시단 활동과 군복이라는 튀는 아이템으로 3개월 만에 매출이 급상승하여 MBC 뉴스데스크에 소개되었습니다. [사진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우리 인생에서 절망의 순간은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절망이 정말 헤어나오기 힘든 어려움이라 할지라도 1%의 희망을 향해 천천히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진리와 그러한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인생 환승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분야, 어느 시점에서든 환승을 꿈꾸고 계신다면 포기하지 말고 묵묵히 견뎌 보라는 말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청력 장애를 가지고 부족함 많은 저도 많은 것을 이루었듯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원하는 종착역에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세상은 즐거움과 행복, 불행, 슬픔이 같이 공존하기에 늘 불행만 있을 것 같은 인생도 언젠가는 행복 가득한 인생으로 바뀌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설령 환승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천천히 만족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오래] 인생환승역 개통 이벤트

인생 환승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더,오래]가 새 홈페이지 오픈 기념으로 독자 여러분의 인생 환승 사연을 공모합니다.

인생 환승을 통해 여러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엇이 힘들었고 어디서 보람을 찾았는지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눠주세요.
인생 환승에 도전한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친구·지인도 응모할 수 있습니다. 한달 동안 공모한 사연 가운데 4분을 뽑아 가족 여행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내용: 과거와 현재 달라진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상세한 사진 설명 포함)과 1000~1500자 분량의 사연 글
▶보내실 곳: 중앙일보 시민마이크 인생환승샷 이벤트 페이지(http://peoplemic.joins.com)
▶응모 기간: 6월 30일(토)~7월 31일(화)
▶시상:
1등 여행 상품권(1명, 300만원)
2등 여행 상품권(1명, 100만원)
3등 여행 상품권(2명,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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