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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40년 유동근 “60대 로맨스도 팔팔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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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동근은 ’지상파 4개사가 함께 하는 서울드라마어워즈도 언젠가 칸 영화제처럼 역사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동근은 ’지상파 4개사가 함께 하는 서울드라마어워즈도 언젠가 칸 영화제처럼 역사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드라마는 시대상의 반영이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주말 드라마는 다양한 연령대가 고루 등장해 우리 사회의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회 30%를 웃돌며 전체 TV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KBS2 주말극 ‘같이 살래요’에서 황혼 로맨스를 그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별·이혼 등 홀로 된 60대 남녀가 이팔청춘 못지않게 불꽃 튀는 사랑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다. 극 중 4남매의 아버지이자 수제화 장인 박효섭 역을 맡은 유동근(62)은 빌딩주가 된 첫사랑 이미연(장미희 분)과 재회해 알콩달콩한 커플 연기를 선보인다.

주말극 ‘같이 살래요’로 인기 #3년 만에 안방극장 본격 컴백 #장미희와 알콩달콩 사랑 나눠 #서울드라마어워즈 심사도 지휘 #“스릴러 강세는 세계적 트렌드”

드라마 밖에서 만난 유동근은 “부성애만 있는 역할이면 안 했을 것”이라며 “주말극에서도 아버지가 로맨스를 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했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2014~2015)에서 자식 바보 아빠 역을 맡아 부성애를 모두 쏟아부었기에 아버지로서는 더 보여줄 게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애인’(1996) 이후 로맨스는 오랜만이라 설렜다”며 “장미희씨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제가 봐도 케미가 좋더라”며 웃었다.

‘같이 살래요’의 장미희와 유동근. [사진 KBS]

‘같이 살래요’의 장미희와 유동근. [사진 KBS]

지난 연말 4부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제외하면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그는 들떠 보였다. “단역으로 시작해 조연, 주연을 하고 나면 다시 단역으로 돌아오게 돼요. 나이 들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거죠. 그런데 아직도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 드라마 들어갈 때 전인화씨 일성이 그거였어요. ‘장미희씨는 옷을 잘 입기 때문에 색감을 잘 맞춰야 돼.’ 미술 전공한 딸까지 달라붙어 옷에 신경 좀 썼어요. 구두 장인분을 만나보니 다들 멋쟁이더라고요.”

아내인 전인화씨가 질투하진 않냐고 묻자 “제가 평소에 워낙 잘한다. 실생활에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아니면 이런 역할 잘 소화 못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후배들과도 끈끈하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 아들로 출연한 박형식이 간식을 사 들고 ‘같이 살래요’ 촬영장을 찾을 정도다. “극 중 말썽부리는 자식들을 보면 꼭 내 젊은 날의 초상 같아서 다시 되돌아보고 그러다 보면 새롭게 배우게 되고 하거든요. 그래서 가족드라마가 중요한 것 같아요.”

1980년 TBC 공채 23기로 데뷔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출연작을 이어간 그에게 공백기가 생긴 이유는 뭘까.  “2016년에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을 맡게 됐어요. 이순재·최불암 같은 선배들이 만든 단체인데 벌써 제 순서가 됐더라고요. 연기자가 겉으로 화려해 보여도 단역 등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단체가 너무 작으니 도움을 주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자·연극·성우·코미디 협회를 더 합쳐서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를 만들었어요. 1만5000명 정도 모이니 이제 뭘 좀 할 수 있겠더라고요.”

‘용의 눈물’(1996~1998)의 태종 이방원부터 ‘정도전’(2014)의 태조 이성계까지, ‘왕 전문 배우’답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젊은 시절을 니스하고 석유로 보냈어요. 니스칠해서 수염 바르고, 석유로 수염 지우며 왕 역할만 7번을 하고 나니 영화 제안이 와도 시간이 없어서 못했죠. 공부하기 싫어 배우가 됐는데 사극을 하다 보니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더군요.” 그는 서울드라마어워즈 심사위원장도 3년째 맡고 있다. 한국방송협회가 주관하는 국제 드라마 시상식다. 올해 제13회 시상식은 9월 3일에 열린다. “올해는 56개국에서 268개 작품이 출품됐는데 이건 완전 새로운 세상이더라고요. 매년 최다 국가 및 작품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니 공부할 게 정말 많은 거죠.”

그는 서로 다른 언어로 된 출품작을 보다 보면 “주광(晝光)이 보인다”고 했다. 야외촬영을 할 때 자연스럽게 비추는 태양광처럼 만국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엔 스릴러가 정말 많았어요. 한국에서 ‘비밀의 숲’ ‘마더’ 같은 장르물이 인기인 것처럼 해외도 마찬가지인 거죠. 올해는 영화 같은 영상미를 뽐내는 작품이 많습니다. 여성 이슈가 뜨니까 노르웨이나 카메룬에서도 주체적 여성상이 도드라지는 작품이 들어오고.” 그는 “지금 한국 드라마는 지나치게 영미권 문법에 치우쳐 있다”며 “시야를 넓혀 장르뿐 아니라 소재나 주제도 다양해져야 한류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운반’이란 말을 자주 했다. “드라마는 작가가 쓰고 PD가 연출하는 작품이죠. 배우는 그걸 운반하는 거고. 계속 가야 길이 생기는 거잖아요. 지금 MBC가 일일드라마, 아침드라마 없앤다고 하죠. ‘용의 눈물’ 때도 대하드라마 시청률 4%대라고 없앤다고 했어요. 그런데 도전하니까 최고 시청률 49.6% 찍고 살아났죠. 그때 연출부 막내가 커서 ‘정도전’ PD가 되고. 다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길이 넓어지지 않겠어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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